비대위ㆍ중진 연석회의서 “오겠다는 의원 있었다” 공식 확인
유승민 “한국당 입당 제안 여러 경로로 받았지만 답 안 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복당 의사를 밝힌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입당을 원내대표 선거 이후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강화특위에서 당협위원장 재임명 심사가 진행중인 와중에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 의사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향후 복당 허용 과정에 계파간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만약 바른미래당에서 복수의 의원이 움직일 경우, 한국당 내부 계파 갈등은 물론 바른미래당 혼란도 극대화하는 등 야권 전체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8일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국회에서 진행된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 및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공개 부분에서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에 오겠다는 의원들이 있는데 원내대표 선거와 맞물려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선거 이후로 미뤘다”고 밝혔다. 그간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설이 공공연히 제기됐지만 한국당 지도부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해당 발언은 유기준ㆍ원유철 의원 등의 당원권 정지 취소 요구에 김 위원장이 “원내대표 선거 이전에는 당원권 정지 취소가 어렵다”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제는 복당이 거론된 시점이 한국당의 당협위원장이 교체되는 민감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것이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에서 5~6명이 기습 복당되고 그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들어온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다”며 “저는 그것을 소문으로 치부하고 절대로 당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돼선 안 된다는 점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강특위는 12월까지 당협위원장 재선임 또는 교체 여부를 결론짓고, 내년 1월 중순쯤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12월 원내대표 선거 이후에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당내 논란은 살아있다. 당협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의 추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2월 당 대표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잘잘못을 놓고 논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탄핵을 찬성했던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복당하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안팎에서는 이학재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한국당 복당 뜻을 굳히고 주변에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의원이 6ㆍ13 지방선거 전에도 탈당을 고심했으나 가족의 만류로 접은 것으로 안다”며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일부 의원들과 함께 움직이려다가는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승민ㆍ이혜훈ㆍ지상욱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이학재 의원과 함께 한국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의원 역시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탄핵 이후에도 별다른 반성과 변화가 없는 한국당에 돌아가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한국당 쪽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통합 전당대회’를 논하는 자체가 한국당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고 자인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당의 쇄신과 전당대회를 지켜본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날 이화여대 강연으로 5개월여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한 유 의원은 강연 전후 기자들과 만나 “그간 여러 루트로 빨리 (한국당에) 입당하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전혀 답을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를 어떻게 재건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고민이 끝나면 국민들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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