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세포마켓’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세포마켓은 세포가 분열하듯 개인 단위로 잘게 쪼개지고 있는 시장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세포마켓을 이끄는 1인 마켓의 주인공은 동영상 콘텐츠 위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들이다. 대형 홈쇼핑 업체들은 젊은 층에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들과 손을 잡기 위해 애쓰는 한편 직접 1인 미디어를 키우는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28일 CJ ENM에 따르면 전날 오쇼핑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 쇼크라이브의 ‘인싸쇼핑’에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푸드 크리에이터 ‘소프’가 ‘비벼먹는 소고기 버터 장조림’을 판매해 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방송 전 선판매에 1차 물량을 소진한 데 이어 방송 중 1만4,000여팩을 판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제품은 CJ ENM E&M부문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인 다이아 티비와 소프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소프는 다양한 조리법, 음식 리뷰 등 1,200여개의 영상을 제작해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모바일 전용 채널에서 인플루언서 혼자 쇼핑 방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모바일 쇼핑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인 E&M의 다이아 티비와 제휴하는 인플루언서들과 손잡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쇼크라이브의 뷰티ㆍ패션 프로그램 ‘픽미업’에는 뷰티 인플루언서 헤이즐과 로즈하가 ‘클리오 프리즘 에어블러셔’를 판매했는데 생방송 중 20~39세 고객의 유입 비율이 65%를 차지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유튜브 구독자 수 38만명인 전자기기ㆍ정보통신(IT) 기기 전문 크리에이터 잇섭이 출연한 지난 8월 방송에선 ‘차이슨 청소기’ 170대가 방송 중 매진되기도 했다. 홈쇼핑 업체의 기획력과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결합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정체된 홈쇼핑 업체들은 모바일 쇼핑 시장이 커지자 인플루언서와 협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 빼앗긴 20, 30대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CJ ENM 관계자는 “기획단계부터 상품과 브랜드 이미지, 인플루언서의 콘셉트 등을 조율하고, 인플루언서가 보유한 자체 채널 마케팅과 홈쇼핑 생방송이 맞물리면서 젊은 층 고객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4월 인기 크리에이터의 개인 방송과 홈쇼핑 방송을 결합한 모바일 생방송 ‘쇼킹호스트’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초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인 ‘쇼핑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열었다. 현대홈쇼핑의 인터넷 종합쇼핑몰 현대H몰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패션ㆍ잡화 브랜드를 한데 모은 온라인 매장 ‘훗(Hootd)’을 열기도 했다.
CJ ENM 오쇼핑부문 관계자는 ”고객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모바일쇼핑의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모바일과 동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취향을 잘 아는 젊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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