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최 토론회서 주장… 삼바, 행정소송ㆍ집행정지 신청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분식 사태는 삼성바이오가 국제회계기준(IFRS)의 틈을 노려 경영자에게 부여된 회계 재량권을 남용한 결과란 지적이 나왔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28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주최로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서 “삼성바이오는 원칙중심 회계처리란 IFRS의 틈을 노렸다”며 “이를 통해 기업은 정당한 회계처리라고 주장할 수 있었고 당국으로선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1년 도입한 IFRS의 핵심인 ‘원칙중심 회계’는 ‘규정중심 회계’ 방식과는 상반된다. 상세한 규정을 제공하는 대신 회계 처리의 큰 원칙만 제시하는 식으로 경영자에 회계처리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 스스로 자사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하란 취지인데, 삼성바이오는 이를 악용해 분식을 저질렀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가치를 매길 때 현금흐름할인접근법(DCF)을 적용한 것도 재량권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비상장사인 에피스에 대해 시장가치가 없다며 DCF 방식으로 가치를 매겨 3,000억원도 안 됐던 에피스 가치를 5조원 가까이로 조정했다. DCF는 미래의 예상되는 이익을 적절한 할인율을 반영해 현재의 가치로 계산하는 것인데, 할인율을 산정할 때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손 교수는 “당시 이와 관련된 주석공시를 보면 영업수익성장률의 폭이 -1%에서 105.3%로 매우 넓다”며 “최근 현대글로비스 등 일부 회사들도 지배력 상실을 이유로 자회사를 이런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삼성바이오 고의분식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회계처리에 대한 결과보단 과정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다양한 방식의 회계처리가 가능한 경우 이를 모두 공시해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삼성바이오 고의분식 과정에서 외부감사인이 회계처리의 대안과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앞으로는 감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이날 고의 분식으로 본 증권선물위원회를 대상으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동시에 냈다.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대상은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행정처분에 한정된다. 따라서 검찰 고발이나 거래소 상장폐지실질심사, 매매거래정지 등은 이번 신청에서 제외됐다. 법원이 집행 정치 신청을 받아들이면 삼성바이오로선 한숨을 돌릴 수 있지만 반대 상황이 벌어지면 삼성바이오는 내년 초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또 분식회계로 부풀려진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도 곧 바로 제거해야 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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