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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쇼 포기 못하는 제주도, 코끼리는 17년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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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쇼 포기 못하는 제주도, 코끼리는 17년째 고통

입력
2018.11.30 16:00
수정
2018.11.30 18:5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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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주의 동물에 대해 묻다] 

제주 점보빌리지 코끼리들이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두 발로 걷는 쇼를 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제주 점보빌리지 코끼리들이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두 발로 걷는 쇼를 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를 비롯해 바다로 돌아간 남방돌고래들이 야생에서 적응하는 데 성공하면서 동물쇼가 동물학대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됐다.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 생태설명회 등의 이름으로 공연을 하는 업체가 일부 있지만 사회적 시선을 인식해 이전보다는 동물의 생태를 설명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유독 제주도의 시계는 멈춰있다. 지난 23일 동물전시시설 현장조사를 위해 방문한 제주 안덕면에 위치한 ‘점보빌리지’는 8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와 같은 코끼리들이 같은 음악에 맞춰 같은 내용의 공연을 하고 있다. 등에 탄 라오스인 조련사의 발길질 신호에 맞춰 두 발로 걷고, 바닥에 눕고, 농구공을 던진다. 심지어 엎드린 관람객의 등을 코로 마사지하기까지 한다. 모두 야생에서는 보이지 않는 행동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할 정도로 자아의식이 있는 코끼리가 이 공연을 17년 동안 매일 수 차례씩 반복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일반 동물원과는 달리 극장식으로 운영되는 공연장에서는 동물의 사육환경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

1986년에 문을 연 ‘퍼시픽랜드’에서는 일본원숭이, 바다사자, 돌고래로 구성된 동물쇼를 운영 중이다. 지난 7월에 방문했을 때보다 동물이 공연하는 분량은 조금 줄었지만 원숭이가 장대를 사용해 걷고 윗몸일으키기를 하거나 돌고래가 수신호에 맞춰 끽끽 소리를 내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왜곡하는 공연은 오히려 관람객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가 조련사의 수신호에 맞춰 공연을 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가 조련사의 수신호에 맞춰 공연을 하고 있다. 어웨어 제공

동물보호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남아시아의 동물쇼는 여행 시 피해야 할 ‘나쁜 관광’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싱가포르, 인도, 그리스 등 40여개 국가에서 야생동물 공연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단 두 개의 서커스단에 동물 19마리가 남아있는 영국은 2020년부터 서커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범고래쇼의 본고장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16년 오락적인 범고래 공연을 금지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미국에서 가장 큰 서커스업체였던 링링 브라더스와 바넘앤베일리서커스도 2017년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원수족관법 제정 당시 국회 발의안에는 관람을 목적으로 동물을 조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제정 과정에서 업계 반대로 삭제되었다.

얼마 전 퓨마 사살 사건으로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멸종위기종 보전 등 현대동물원의 기능을 고려하면 동물원의 존폐는 아직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단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이유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동물쇼는 종 보전이나 교육과 관계가 없다. 동물원 수준을 개선하려면 동물쇼처럼 ‘나쁜 전시’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야 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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