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의 전 총리이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가 영국의 새 지폐 모델 후보에 올랐다. 다만 냉전을 끝내고 전세계에 신보수주의를 전파한 정치인이 아닌 아이스크림을 개발한 과학자로서다.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중앙은행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50파운드 화폐 모델의 유력 후보명단에 마가랫 대처의 이름이 포함됐다. 영국중앙은행은 이달 2일부터 50파운드 신권 뒷면에 새로이 들어갈 인물을 과학자로 정하고 공모에 나섰다. 대상은 고인이 된 인물 중 영국 과학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로 한정됐다. 공모를 시작한 이후 총 17만4,112명 후보를 추천받았다. 이 중 1차로 추려진 800명의 후보 명단에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미국 국적이지만 스코틀랜드계), 컴퓨터 공학 분야를 개척한 앨런 튜링, 페니실린을 발명한 알렉산더 플레밍, 지난 3월 작고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 쟁쟁한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다.

명단에는 대처 전 총리도 포함됐다. 영국중앙은행 대변인은 “대처 전 총리는 화학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 연구팀의 일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처 전 총리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식품개발 연구원으로 일했던 특이한 이력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1949년부터 변호사 시험 비용 마련을 위해 2년간 식품제조기업 라이언(J.Lyons)사에서 일했다. 당시 소속된 연구팀이 바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대처 전 총리가 정말 소프트 아이스크림 개발에 직접 개발했는지 등은 확실치 않다. 영국 아이스크림 역사를 연구한 작가 스티브 타일러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대처가 라이언사에 입사하기 10년 전 미국에서 이미 개발된 것”이라며 “다만 당시 라이언사는 아이스크림 업계의 선도 기업이었으며, 미국 기업과 함께 소프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를 운영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50파운드(약 7만2,000원) 지폐가 유통되고 있지만 1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고액권 폐지 논의가 진행돼왔다. 고액 화폐가 범죄와 탈세에만 이용되고 일반적인 구매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 때문이었다. 영국 정부는 여론을 일부 수용해 50파운드 신권을 위조가 어렵고 내구성이 강한 폴리머(플라스틱) 소재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하고 새 지폐에 들어갈 얼굴 찾기에 나섰다. 후보 추천은 다음달 14일까지며, 공모가 끝나면 영국중앙은행 산하 지폐인물자문위원회에서 추천명단을 토대로 새 지폐에 들어갈 인물을 검토하게 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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