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현세(64) 작가의 이름을 딴 '이현세 만화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
경주시 예병원 미래사업추진단장은 최근 경주시의회 업무보고를 통해 "가칭 '이현세 만화관'을 건립키로 하고 작가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건립장소는 내년 폐교 예정인 황남초등학교 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예 단장은 "그 동안 이현세 만화박물관 건립을 수 차례 추진했으나 무산됐는데, 이번엔 주낙영 시장의 의지가 강하고, 작가 측도 적극적이어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최근 이 작가와 한창완 세종대 교수,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지인 황남초등학교는 이현세 작가의 히트작인 공포의 외인구단 1권에 야구명문학교로 나온다. 남녀 주인공인 까치와 엄지가 다닌 학교다. 이뿐만 아니라 이현세 작가의 작품 곳곳에는 경주가 배경으로 나온다.
시는 이를 위해 경주교육지원청과 황남초등학교 사용 등을 협의하는 한편, 리모델링비 6억 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2022년까지 완공한다는 복안이다. 만화관은 만화인재 양성과 연구, 유명 만화 상설전시 공간 등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가는 주민등록상 출생지가 울진이지만 경주에서 초ㆍ중ㆍ고를 나온 뒤 상경해 1978년 월남전을 다룬 '저 강은 알고 있다'로 공식 데뷔했다. 이후 그의 역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 떠돌이 까치, 아마게돈, 남벌, 천국의 신화 등 수많은 히트작을 발표했다.
1982년 발표한 공포의 외인구단은 당시 "어린이나 보는 게 만화"라는 인식이 팽배한 기성세대에 선풍적인 만화붐을 불러일켰다. 만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 까치는 여주인공 엄지에게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 만화는 이듬해 영화화됐다. 유명가수 정수라는 주제곡으로 이 대사가 포함된 '난 너에게'를 불러 히트했다.
이현세 작가는 "만약 경주에 만화박물관 건립이 확정되면 이현세란 개인의 간판 보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모든 유ㆍ무형의 자료 등을 구비해 남녀노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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