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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엘리시움 평원 정확히 착륙... 2년간 ‘화성의 속살’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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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엘리시움 평원 정확히 착륙... 2년간 ‘화성의 속살’ 탐구

입력
2018.11.27 17:17
수정
2018.11.27 21:4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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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시움 평원서 내부탐사 시작

206일 4억8000만km 비행한 후

낙하산ㆍ역추진 고난도 기술 이용

충돌위험 ‘공포의 7분’도 견뎌내

과학자들 “소프트웨어 기술 승리”

2020년 11월까지 제자리서 임무

땅 5m 뚫어 내부온도 변화 측정

지진감지 등 화성 속살 들여다봐

‘제2의 지구’를 향한 미국의 도전이 또 한 번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화성 적도 근처 ‘엘리시움 평원’에 26일(이하 현지 시간) 착륙했다.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 54분(한국시간 27일 오전 4시 54분) 지구로 날아온 인사이트의 ‘착륙 확인’ 낭보에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국내 우주과학자들은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의 승리”라며 인사이트의 성공을 높이 평가했다.

인사이트는 NASA가 착륙 확인 신호를 받기 약 8분 전에 이미 화성에 도착했다. 지구와 화성이 워낙 멀어 전자신호 송신에 시간이 걸렸다. 5월 5일 발사돼 206일 동안 약 4억8,000만㎞를 날아 목적지에 닿은 인사이트가 보내온 사진 속의 착륙 지점은 암석이 거의 없는 편평한 모래 표면이다. NASA는 인사이트가 “불스 아이(Bull’s eye)에 가깝게 착륙했다”고 표현했다. 멀리서 날아온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힌 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지점에 착륙했다는 의미다. 인사이트는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뒤 착륙까지 ‘공포의 7분’도 무사히 견뎌냈다. 화성 대기는 지구의 약 100분의 1밖에 안 돼 착륙선의 속도를 줄이는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고 실패 확률이 높다.

인사이트는 2020년 11월 24일까지 착륙 지점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화성을 거쳐 간 인류의 탐사선 10여 개는 주로 화성의 대기나 표면의 사진을 찍거나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이와 달리 인사이트는 화성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된다. 인사이트는 바퀴나 채취 도구가 달린 로봇 대신 지열계와 지진계를 싣고 갔다.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지열계는 땅을 5m가량 파고 들어가 온도의 변화를 측정한다. 화성 내부 한가운데의 핵이 얼마나 식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화성은 약 45억년 전 지구와 함께 생겨났지만, 지구보다 표면적이 9배나 작아 빨리 차가워졌다. 지구처럼 핵이 열을 품고 있어야 지표와 핵 사이에서 지각운동이 일어난다. 지각운동은 생태계에 필요한 원소들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이다. 핵의 온도와 지각운동을 파악하는 건, 화성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인지를 판단하는 데 필수다.

지각운동이 남아 있다면 지진도 발생한다. 화성에 1년에 200여 차례 떨어지는 운석 역시 지진을 일으킨다. 운석이 표면에 부딪힐 때 생긴 충격파가 지하를 관통해 전달되면 인사이트는 굴절률이나 소요 시간 등을 분석해 화성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화성은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이다. 화성의 지하를 들여다보면 지구의 과거를 유추해볼 수 있을 거란 추측도 가능하다.

NASA의 다음 화성 주자는 ‘마스 2020 로버(Mars 2020 Rover)’다. 현미경 장비를 실어 보내 화성에서 생물의 화석을 찾겠다는 목표다. 과학자들은 마스 2020 로버가 최초로 세균 형태의 화석을 발견할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보고 있다. 인사이트가 화성의 ‘지질학자’라면 마스 2020 로버는 ‘생물학자’인 셈이다. 화성까지 날아가는데 7, 8개월이 걸리니 마스 2020 로버가 예정대로 2020년 착륙하려면 내년에는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화성 탐사 기술은 독보적이다. 러시아와 유럽도 착륙선을 보낸 적 있지만, 임무 수행에 실패하거나 부서졌다. 아시아에선 인도가 화성 주변을 도는 궤도선을 보낸 데 그쳤다. 패스파인더,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등 인류가 성공시킨 화성 착륙선은 거의 모두가 NASA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 전문가들은 미국 과학계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런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착륙선의 핵심 기술은 소프트웨어”라며 “창의성과 논리성을 바탕으로 원활한 협업이 가능해야 우주탐사용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때 달을 넘어 화성까지 탐사하겠다는 우주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휘둘리며 무리하게 일정이 앞당겨지더니 문재인 정부 들어선 되레 후퇴했다.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화성 탐사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개발 중인 달 탐사용 로봇은 1997년 착륙한 NASA의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에 실렸던 이동식 로봇 ‘소저너’급에 머물러 있다. 한 우주기술 연구자는 “소저너가 화성에 경찰 한 명을 보낸 거라면 인사이트는 초소 하나를 통째로 세운 셈”이라며 “우리는 소저너 급 로봇마저도 개발이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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