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지난달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과 별개로 항공모함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세 번째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고, 일본은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대강에 헬기 탑재형 호위함 ‘이즈모’의 항공모함 개조를 명기할 방침이다.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등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두 나라가 항모 경쟁에 돌입한 형국이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장관은 27일 해상자위대 이즈모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단거리활주 이륙과 수직착륙이 가능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운용하는 방침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내달 발표되는 새로운 방위대강에 명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즈모함 개조와 관련해 “모처럼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가능한 한 다용도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즈모함을 F-35B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주변에 활주로가 없는 태평양의 방공과 유사시 기지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를 상정, 이즈모함을 F-35B 운용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방위성은 지난 4월 이즈모함 갑판을 개조하면 F-35B의 운용이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고, 자민당도 5월 방위대강을 위한 제언을 통해 다목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항공모함의 보유와 F-35B의 도입을 요구했다. 공교롭게 이즈모함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청나라 배상금으로 건조한 순양함과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이즈모함 개조는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본 정부가 유지해 온 ‘전수방위 원칙(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과 주변국 반발도 예상된다.
일본은 또 2020년까지 순차 도입 중인 F-35A 42기 외에 F-35를 100기를 추가 도입키로 했다. 소요비용은 1조엔(약 10조원) 이상으로, 140여기의 F-35를 갖춰 현 주력기종인 F-15의 일부를 대체할 계획이다.
중국도 관영언론을 통해 세 번째 항공모함 건조를 공식 확인하는 등 해양 군사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공식 웨이신(위챗) 계정에 올린 기사를 통해 차세대 항공모함이 “이미 질서 있게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랴오닝과 두 번째 항공모함이 해상에서 시운행 중인 가운데 정식 취역이 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도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 ‘CNS 랴오닝(遼寧)’에서 ‘젠-15’ 함재기가 처음으로 이착륙한 날의 6주년을 기념한 기사였다. 신화통신은 차세대 항공모함에 대해 자세하게 전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건조를 관영언론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차이나데일리 등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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