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10년간 북카페를 운영해온 조모씨는 2015년 단속에 걸려 처음으로 자신의 북카페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시설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의 북카페는 만화방의 진화된 모습으로, 인근 초등학교로부터 직선거리 166m 떨어진 곳에 있다.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내에는 금지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조씨는 자신의 업소 인근 건물에 위치한 노래방, 유흥주점 등이 이미 금지시설에서 제외됐는데 북카페만 안 된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북카페를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에서 제외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학교환경위생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조씨의 북카페를 금지시설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북카페가 유해업소를 연상시키는 퀴퀴하고 어두운 곳이 아닌 쾌적한 공간임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북카페는 환풍 및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약 300㎡의 탁 트인 공간에 천장에는 밝은 조명이 설치돼 있다”며 “달리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은 존재하지 않고 청소년 구독 불가의 유해 매체들은 별도의 분류 표시 후 진열돼 있는 점을 보면 이곳이 불량한 청소년들의 모임 장소나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최근 금지시설에서 제외된 노래방을 언급하며 “유해성 면에서 노래방과 만화대여업이 금지 여부에 차등을 둘만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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