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하수도공사 특별감사를 통해 사업 추진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이 관련자 줄소환에 나선 가운데 업체와 공무원 간 금품거래 의혹 등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청 안팎에선 이번 수사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27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순천시의 고발내용과 감사자료를 토대로 하수도공사 비리사건에 연루된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대상은 공사 부풀리기와 불법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부당하게 공사비를 가로챈 혐의 등이다.
순천시 감사자료에 따르면 A업체는 설계상 6,800여개를 설치해야 할 하수관로를 2,400여개만 시공한 뒤 공사비 10억여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경찰은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공사비 과다 지급에 공무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공법을 무단으로 변경한 사례도 조사 대상이다. B건설은 땅을 파지 않고 관을 보수하는 비굴착공법을 도입하면서 순천시 승인을 받지 않고 멋대로 공법을 바꿔 시공했다. 경찰은 특정 업체가 이를 통해 공사비를 부당하게 가로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순천시 감사에서 적발된 불법 설계변경도 조사하고 있다. C업체는 사업구역 밖 복개구조물의 퇴적토 준설을 부적절하게 설계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설계변경 대상이 아닌 이 공사는 별도 발주했어야 했지만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경찰 수사가 경우에 따라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체관계자가 감독 공무원에게 수백만원의 돈봉투를 건넸다는 내용에 대해 경찰이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 이와 관련된 조사가 집중되면 폭발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순천시는 하수도 정비사업과정에 각종 민원과 제보가 잇따르자 의혹 해소를 위해 지난 9월에서 10월 사이 700억원 규모의 하수도 정비사업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해 불법 설계변경과 공사대금 과다 집행 등 부정행위를 적발해 모 업체 대표와 현장소장, 기술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수사 초기 단계로 순천시 감사 자료와 고발장을 토대로 공무원과 업체관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며 “그 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금품거래나 윗선 수사 여부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수사 향방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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