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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보’ 김시훈 간절함이 만들어낸 인생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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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보’ 김시훈 간절함이 만들어낸 인생 경기

입력
2018.11.27 16:24
수정
2018.11.27 18:4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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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입단 10년 만에 주전 발탁… 7년 만에 두 자릿수 득점

우리카드 김시훈(가운데)이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에서 속공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KOVO제공.
우리카드 김시훈(가운데)이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에서 속공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KOVO제공.

“한번 코트에 들어와 보니까 이제는 코트 밖으로 나가기 싫습니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만난 프로 배구 10년 차 센터 김시훈(31ㆍ우리카드)은 “난생처음 인터뷰를 한다”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김시훈은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19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3세트 동안 11득점(5 블로킹)하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김시훈이 한 경기에서 10점 이상 올린 것은 지난 2011년 11월 22일 대한항공 전(12득점)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데뷔 첫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김시훈은 “지난 3년 동안 코트에 제대로 못 들어갔다”면서 “코트에 서니 이제야 살아있다는 느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시훈은 지난 2009년 우리카드 전신인 우리캐피탈에 입단(1라운드 4순위)해 10년 동안 한번도 팀을 옮기지 않은 ‘우리 맨’이다. 하지만 주전으로 뛴 경기는 거의 없다. 지난 3년간 그가 출전한 세트는 팀 전체의 30.2%로, 그마저도 교체 선수로 잠깐씩 뛰었다. 2013년 군 전역 후엔 원래 이름(김태진)을 버리고 개명까지 했다. 상무 시절 부상도 많았고 팀 내에서 ‘승부 조작 사건’까지 터지는 등 안팎으로 뒤숭숭했다고 한다. 김시훈은 “당시 주변에 사건 사고가 많이 터지면서 스트레스도 컸다. 그래서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센터 김시훈. KOVO제공.
우리카드 센터 김시훈. KOVO제공.

그런 그에게 올 시즌 황금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신영철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팀 최대 약점으로 꼽힌 센터 라인 손질에 나섰고 김시훈이 주전으로 나설 여지가 생긴 것이다. 올 시즌 1라운드 KB손해보험 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며 팀의 상위권 도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에는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세터 노재욱과 ‘환상 궁합’을 선보이며 공격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 김시훈은 “재욱이가 키가 커 높은 곳에서 토스를 해 주는데, 센터 속공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훈의 활약엔 신 감독의 ‘조용한 꾸지람’도 한몫했다. 배구 훈련은 ‘주전팀’과 ‘비주전팀’으로 나뉘어 자체 청백전으로 진행되는데, 신 감독이 최근 훈련 중 갑자기 김시훈을 주전팀에서 빼 버린 것. 신 감독은 “시훈이가 최근 다소 나태해진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날 이후 주전 기회를 안 놓치려는지 더욱 집중력을 살려 훈련을 하더라”라고 전했다. 김시훈도 “그날 집중을 잘 못해 (주전팀에서) 빠진 것 같다”면서 “(충격요법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카드 센터 김시훈. KOVO제공.
우리카드 센터 김시훈. KOVO제공.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절실하다. 작전 타임 때에도 유독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신영철 감독의 지시에 집중한다. 팀 내 중견급인데도 대답 소리가 가장 크다. 최근 성적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두 아이(4살 1살)의 아빠이기도 한 김시훈은 “분유값을 많이 벌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 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조금이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행복하다. 더 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웃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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