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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뒤 중태 동승자 두고 도망… “후배가 운전” 거짓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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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뒤 중태 동승자 두고 도망… “후배가 운전” 거짓말까지

입력
2018.11.27 16:10
수정
2018.11.27 18: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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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온 해군 말년 병장 사망

전역 두 달을 남긴 해군 ‘말년 병장’ 이모(24)씨는 9월 24일 휴가를 나와 평소 친한 선배 조모(25)씨를 만났다. 둘은 고교 시절부터 태권도 선수 선후배로 막역했다. 원래 육군으로 입대하려던 이씨가 조씨가 있던 해군으로 따라갈 정도였다. 이번 휴가도 이씨가 부대 내 태권도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어 받은 10일짜리 포상이었다.

둘 사이가 가까운 만큼 술자리는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씨 외가가 있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어느덧 4차까지 진행됐고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함께 마신 술만 해도 소주 3병 가량. 그런데 해군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의 지인이 서울 강남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새벽 4시30분까지 강남역 9번 출구 앞’ 약속이 잡혔고, 둘은 조씨 어머니 차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운전은 조씨 몫이었다.

안산에서 강남까지 40㎞ 넘게 이어진 음주운전은 약속 장소에 거의 다다라 순식간에 파국을 맞았다. 조씨가 강남역에서 교대역으로 향하는 3차선 도로를 달리다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정면 충돌한 것이다. 차는 3바퀴나 돌고 중앙 화단과 부딪치고 나서야 멈췄다.

차가 빠르게 돌면서 조씨와 이씨는 모두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정신을 잃었다. 안전띠를 안 한 탓이 컸다. 뒤늦게 정신이 든 조씨가 본 현장은 참혹했다. 이씨가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씨는 그런 후배를 보고도 그대로 달아났다. 이후 10분 가까이 방치된 이씨는 시민들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개골 골절로 20시간 뒤 운명을 달리했다.

차량 명의가 조씨 어머니라는 점을 기초로 경찰은 조씨를 추궁했다. 그러나 조씨는 “조수석에 있다 사고를 당했고 운전은 이씨가 했다”고 태연하게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가 운전석에 앉은 모습이 찍힌 사고 현장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 △운전석 에어백에서 검출된 조씨의 DNA 등 증거를 들이밀었다. 그제서야 조씨는 “음주운전을 해 친한 후배가 숨진 게 두려워 도망갔다”고 자백했다. “(사고 뒤) 이씨를 2m 정도 거리에서 물끄러미 바라봤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조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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