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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뛰어넘은 음악 협업… 과거와 현재가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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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뛰어넘은 음악 협업… 과거와 현재가 동행한다

입력
2018.11.28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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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오른쪽)가 지난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공연장 아트홀맥에서 열린 박주원의 공연장을 찾아 신곡 '10월 아침'을 부르고 있다. 최근 서울 공연을 마친 박주원은 12월29일 전북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잇는다. JNH뮤직 제공
윤시내(오른쪽)가 지난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공연장 아트홀맥에서 열린 박주원의 공연장을 찾아 신곡 '10월 아침'을 부르고 있다. 최근 서울 공연을 마친 박주원은 12월29일 전북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잇는다. JNH뮤직 제공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지난 9월 경기 하남 미사리. 윤시내는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서 히트곡 ‘DJ에게’를 부르고 있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이 카페를 찾아 윤시내에 직접 만든 곡을 연주해 들려줬다. 새 앨범 ‘더 라스트 룸바’에 실을 신곡 ‘10월 아침’ 협업을 위해서였다. 아들뻘 되는 후배가 라틴풍의 잔잔한 기타 선율로 건넨 낯선 제안. 1980년대 허스키한 목소리로 “벗어나고파”(‘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를 외치며 무대를 전위적으로 누볐던 가수에겐 도전이었다.

윤시내 찾아간 ‘집시 기타리스트’

곡의 분위기에 빠진 윤시내는 후배가 내민 손을 잡았다. 10월 초, 윤시내는 녹음실에서 3시간 동안 이 곡을 부르고 또 부르며 ‘숨’을 불어 넣었다. “시월의 빛이여 마지막 한 줌은 날 위해 남아주길”. 윤시내의 나직한 목소리는 난로에 내리는 눈처럼 녹아든다.

“거친 듯 고운 윤시내 선배님의 이국적인 목소리를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27일 전화로 만난 박주원이 들려준 윤시내와의 합작 계기였다. 그는 “부모님 세대 가수의 삶이 담긴 목소리의 울림을 요즘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도 컸다”고 했다. 박주원은 ‘10월 아침’을 9곡이 실린 새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로 썼다.

세대를 뛰어넘은 협업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먼 길을 걸어온 원로와 끓는 물 분자처럼 뜨겁게 현재를 증명하는 요즘 세대가 만나 일군 창작의 밭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가 자라기 마련이다. 이를 보여주듯 가요계에선 세대교차를 통한 실험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같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넘어 곡까지 함께 쓰며 세대 결합의 합작 양상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윤종신의 ‘팀89’와 윤상의 ‘원피스’의 실험

윤종신은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창작자를 모아 ‘팀89’를 꾸렸다. 작사가 박주연을 비롯해 가수 조규찬, 퓨어킴 등이 의기투합했다. 박주연은 한국 발라드의 살아있는 역사다.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와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 등 수필 같은 노랫말로 1980~90년대 대중음악에 살을 찌웠다. 퓨어킴은 관계의 고립 속에 사는 이가 컴퓨터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겠냐고 묻는 독특한 노래(‘요’)를 써 주목받은 30대 초반의 여성 창작자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산 이야기꾼들이 모인 만큼 이들이 새롭게 써낼 ‘21세기 발라드’에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감탄사만 남발하는 요즘 대중음악 속 이야기 실종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다.

윤상도 스페이스카우보이 등 30대 젊은 창작자와 팀을 꾸려 국내 전자음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윤상은 원피스로 활동하며 ‘아츄’ 등 아이돌그룹 러블리즈의 히트곡을 여럿 만들어 ‘러블리즈의 아버지’로 불린다. 또 다른 아이돌그룹 엑소의 유닛인 첸벡시의 ‘크러시 유’도 이들의 작품이다. 1991년 낸 쓸쓸한 ‘이별의 그늘’로 얼굴을 알린 발라드 가수는 완성도 높은 전자음악으로 K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젊은 창작자들과 손잡고 음악적 변화를 추구한 덕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세대가 교차하는 협업은 창작자들에게 관성을 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뿐 아니라 시장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각기 다른 문화를 소비하는 세대를 엮어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의미를 뒀다.

세대를 초월해 합작한 김창완ㆍ아이유(맨 위부터), 인순이ㆍ조PD 그리고 냇킹 콜ㆍ내털리 콜. JTBC '히든싱어', 유튜브 영상 캡처
세대를 초월해 합작한 김창완ㆍ아이유(맨 위부터), 인순이ㆍ조PD 그리고 냇킹 콜ㆍ내털리 콜. JTBC '히든싱어', 유튜브 영상 캡처

기억에 남는 신구 합작 노래 1위 김창완ㆍ아이유 ‘너의 의미’

신구 창작자가 함께 만든 노래들은 다양한 세대의 감성을 폭넓게 파고 들어 큰 반향을 낳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신구 합작 노래’는 무엇이 있을까. 김창완과 아이유가 함께 부른 ‘너의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77.7%)들이 가장 많았다. 아이유가 록밴드 산울림의 노래 ‘너의 의미’를 편곡, 2014년 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 실은 노래다. 한국일보가 23일부터 25일까지 242명을 대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신구 합작 노래’를 주제로 설문(복수 응답)한 결과다. 직장인 박건희(42)씨는 “아이유와 김창완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며 “마지막에 김창완이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라고 하는 독백도 여운을 남겼다”고 말했다.

◆인상 깊은 ‘세대 초월 합작’ 노래 베스트5

순위 노래 가수 응답률(복수응답)
1 ‘너의 의미’ 김창완ㆍ아이유 77.7%(188)
2 ‘친구여’ 인순이ㆍ조PD 44.6%((108)
3 ‘조조할인’ 이문세ㆍ이적 19.8%(48)
4 ‘언포게터블’ 냇킹 콜ㆍ내털리 콜 11.6%(28)
5 ‘나무’ 양희은ㆍ악동뮤지션 9.9%(24)

※ 설문기간: 2018년11월23~25일(242명 대상)

두 사람의 뒤는 인순이와 조PD가 2004년 부른 댄스곡 ‘친구여’(44.6%)와 이문세와 이적이 함께 한 ‘조조할인’(1996)이 차례로 이었다.

팝송인 ‘언포게터블’(11.6%)을 기억하는 이도 많았다. 냇 킹 콜(1919~1965)의 생전 노래에 그의 딸인 내털리 콜(1950~2015)이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 듀엣 형식으로 1991년 낸 곡이다.

아버지가 떠난 지 26년이 지나 딸이 길어 올린 노래의 울림은 컸다. ‘언포게터블’은 이듬해인 1992년 미국 유명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다. 노래가 끝나자 서로에게 입맞춤을 건넨 아버지와 딸. 내털리 콜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흑백 영상으로 아버지와 꾸린 합동 무대는 큰 감동을 안겼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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