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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이 캠프 벗어나 지역민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도와야”

입력
2018.11.28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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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의 현장, 중동을 가다] <하>세베레 유엔난민기구 요르단 대표

[저작권 한국일보]세베레 UNHCR 요르단 대표부 대표는 "캠프보다는 도시에서 난민들이 살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고 말했다. 암만=이왕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세베레 UNHCR 요르단 대표부 대표는 "캠프보다는 도시에서 난민들이 살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고 말했다. 암만=이왕구 기자

“캠프에 머물도록 하는 것보다는 캠프 밖에서 난민들이 어울려 살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더 필요합니다.”

스테파노 세베레(59) 유엔난민기구(UNHCR) 요르단 대표부 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암만의 대표부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민과 수용국민들의 공생(共生)을 강조했다. 요르단은 자타리캠프(7만8,357명), 아즈락캠프(4만712명) 등 대형 난민 캠프들이 있는 나라지만 전체 난민의 83%가 도시 난민이다. 비공식적으로 최대 150만명으로 알려진 요르단 내 주변국 난민 대다수가 캠프 밖에서 요르단 국민과 섞여 산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난민들이 수용국민 속에서 잘 섞여 들어가 살고 있어서다.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 난민 출신국 대부분이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세베레 대표는 또 다른 시각에서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제한적으로나마 노동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관대한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리아전 개전 초기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정부가 국경을 닫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접경 지역 주민들이 국경 문을 열어주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물론 최근엔 시리아 내전 장기화에 따른 피로와 경제난 때문에 일부에서 시리아 난민을 겨냥한 반난민 기류가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초 요르단 정부가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총리가 역풍을 맞아 실각했는데 이때 일부 정치인들이 반난민 정서를 조장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세베레 대표는 이에 대해 “절대로 난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난민들과 함께 살아갈 사람들의 정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민들에게 경작지를 주는 우간다처럼 외부지원보다는 자급자족을 꾀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라마다 모두 다르다. 상황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르단이 난민에 관대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시리아 내전의 장기화는 큰 부담이다. 그는 “지난 10월까지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각국의 공여금 1억9,750만달러가 요르단에 전달됐다”며 “하지만 내전 장기화로 피로도가 쌓이면서 각국 공여금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UNHCR에 따르면 현재 요르단에 전달할 공여금 목표액의 72%만 모인 상태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가 난민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U가 내년 2월 회의를 열어 대규모 시리아 난민 수용국인 요르단, 레바논, 터키에 대한 지원책을 담은 ‘브뤼셀 프로젝트’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암만=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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