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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수익감소 자구책” “그럼 수신료는 왜 받나”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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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수익감소 자구책” “그럼 수신료는 왜 받나” 갑론을박

입력
2018.11.27 04:40
수정
2018.11.27 09:4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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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 EBS MBC와 민영방송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르면 내년 봄부터 중간광고를 실시하게 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영방송까지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하냐는 비판과 함께 경영 위기에 처한 방송사의 자구 노력 없이 시청자 권익만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달 안에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시행령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에서 중간광고는 1973년부터 금지돼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방송사 광고매출 변화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방송사 광고매출 변화_신동준 기자

◇지상파, 재원 부족해 중간광고 달라는데

지상파 방송은 2016년 후반부터 변칙적으로 중간광고를 일부 시행하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그 사이에 프리미엄CM(PCM)이라는 이름의 광고를 끼워 송출하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예능프로그램에는 PCM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MBC ‘나 혼자 산다’나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을 보고 있으면 1부가 끝난 뒤, PCM이 등장하고 2부를 알리는 프로그램 타이틀과 함께 시청등급(연령)고지가 되면서 프로그램이 시작한다. 방송사는 PCM을 통해 묶음으로 판매하던 프로그램 광고를 단품(인기 프로그램)으로 판매할 수 있어 ‘알짜’ 장사를 할 수 있다. 방송사가 원하는 액수로 ‘부르는 게 값’이 된 지 오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편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재원 확보를 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한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014년 1조8,976억원에서 2016년 1조6,228억원, 2017년 1조4,121억원으로 떨어졌다. 지상파들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채널 사이에 차별적 비대칭규제가 존재한다”며 “지상파의 광고 규제를 풀어달라”고 수년 째 주장해왔다. 방통위는 지난 9일 방송광고 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지상파의 손을 들어줬다. 지상파에 가상ㆍ간접광고, 중간광고, 협찬제도 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유료방송에 적용되고 있는 광고 규제 정책을 큰 틀로 해서 지상파에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종합편성채널(종편) 및 케이블채널 등 유료방송의 중간광고는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에 기준을 두고 차등 허용하고 있다. 45~60분 미만 프로그램은 1회, 60~90분 미만은 2회, 90~120분 미만 3회, 120~150분 미만 4회, 150~180분 미만 5회, 180분 이상은 6회로 규제하고 있다. 매회 광고는 1분 이내로 한다.

지상파의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적어도 광고에 있어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채널의 구분은 사라진다. 하지만 학계는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하게 되더라도 장기적인 수익 증가를 회의적으로 본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지상파 중간광고 관련 토론회에서 지상파 광고비가 2021년에는 1,177억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 MBC SBS가 각각 한 해 300~400억원의 이익을 보는 수준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중간광고를 허용해주면 “한류콘텐츠 제작 강화와 독립제작사 등과의 상생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대국민 약속을 발표했다. 효과가 미비하더라도 일단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여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지상파는 2015년 광고총량제 실시 이후 3년 만에 중간광고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사 중간광고인 프리미엄CM(PCM)을 도입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 프로그램 하나를 1부와 2부로 나눠 그 사이 사실상 중간광고를 끼워 송출하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유사 중간광고인 프리미엄CM(PCM)을 도입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 프로그램 하나를 1부와 2부로 나눠 그 사이 사실상 중간광고를 끼워 송출하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공영방송도 중간광고? 그럼 TV수신료는?

방통위는 KBS를 지상파로만 분류해 중간광고를 허용해주겠다는 정책발표를 하면서 공영방송 수신료 활용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방송협회도 대국민과의 약속을 발표하면서 수신료나 재송신료 등의 언급은 없다.

지난해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TV수신료(수신기 1대당 2,500원) 매출은 매년 징수대상이 확대되면서 2014년 6,250억원, 2015년 6,258억원, 2016년 6,333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상파가 IPTV나 케이블 채널 등 유료 방송 플랫폼으로부터 채널 제공 대가로 받는 재송신료도 2014년 1,255억, 2015년 1,520억원, 2016년 2,298억원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EBS 역시 KBS의 TV수신료 중 일부(한국전력 위탁수수료 6%)를 뺀 금액 중 3%를 나눠 갖는다. 적은 액수지만 엄연히 국민의 혈세를 방송사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S가 TV수신료 6,000억원을 챙기면서 중간광고까지 도입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가 지상파 중간광고를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으로 나눠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수신료는 손도 대지 못하게 하면서 중간광고 허용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공영방송들의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현재 지상파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직접 수신율도 5% 미만”이라며 “본인들의 의무는 다하지 않고 생명연장만 해달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지상파 방송사의 방만한 경영도 도마에 오른다. 올해 상반기 KBS는 441억원, MBC는 536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구조조정 노력 없이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먼저 지상파는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등 방만한 방송사 규모부터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영국의 공영방송 BBC도 직원을 12% 감원하는 경영 효율화를 통해 연간 3%의 예산 절감으로 디지털 방송재원을 충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화재로 인해 통신망이 단절된 ‘KT사태’는 국가재난방송사인 KBS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가 매우 적기 때문에 통신 사태와 국가 재난 상황이 한꺼번에 터지면 속수무책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IPTV 가입자 수는 1,472만명으로 유선방송(SO)의 가입자 1,398만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통신망을 이용한 IPTV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기존 방송망을 활용한 공영방송의 재난방송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석현 팀장은 “지상파는 중간광고보다는 플랫폼으로서 자생력을 갖고, 직접 수신율을 늘려 광고수익도 기댈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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