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9달러는 너무 낮아” 3.2弗ㆍ5.5弗 대안으로 제시
아프리카ㆍ아시아 지역 후진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이 50여년전 만들어진 빈곤기준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절대 빈곤 퇴치를 위해 1960년대 만들어진 지금 기준으로는 지구촌의 빈곤 및 경제불균형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4일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지난해 내놓은 ‘빈곤과 공동번영 2018(Poverty and Shared Prosperity 2018)’ 보고서에서 저개발국에 적용해온 빈곤 기준의 상향 필요성을 주장했다. 2015년 기준 절대 빈곤선은 하루 1.9달러(약 2,150원)으로, 이를 적용하면 세계 빈곤인구(7억3,600만명)가 25년전(1990년ㆍ19억명)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WB는 ‘하루 1.9달러’라는 기준은 전세계 다양한 빈곤 상황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단편적’이라며 빈곤을 정의할 새로운 지표들을 제안했다.
WB는 극빈국 기준에 맞춰진 ‘1.9달러’란 지표 대신 ‘하루 3.2달러(약 3,600원)’와 ‘하루 5.5달러(약 6,200원)’라는 두 지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지표를 적용하면 전세계 빈곤인구는 다시 급증한다. 세계 인구의 4분의1을 넘는 26.2%가 하루 3.2달러 이하로 살고, 절반에 가까운 46%가 하루 5.5달러 이하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WB는 빈곤문제는 수치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이고 상대적인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WB의 경제학자 디라지 샤르마는 브루킹스 홈페이지 기고에서 “냉장고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치품이겠지만, 부유한 나라에서는 생필품”이라고 설명하면서 ‘빈곤의 상대성’을 고려하면 10명 중 3명이 빈곤 상황에 놓인다고 했다. ‘더 높은 빈곤선’과 ‘사회적 빈곤선’을 도입할 경우 지구촌 최빈국뿐만 아니라 “중위 소득국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쏟을 수 있게” 함으로써 빈곤 정책 개발을 위한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WB는 새로운 빈곤 지표에 ‘공공서비스’도 포함시켰다. 위생시설, 교육, 전기, 음용수 등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개별 가구의 소득이나 지출에는 잡히지 않지만 한 가정의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WB는 빈곤의 영향을 ‘가정 안’에서도 잘게 쪼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빈곤한 국가의 가정일수록 아이와 여성의 사정이 더 취약하며 자원 배분비율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남성 100명이 빈곤 가구에 생활할 때, 여성은 104명이 빈곤 가구에서 생활한다고 전했다. 아동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서 성인에 비해 빈곤 가구에서 생활할 확률이 2배에 달했다.
한편 김용 WB 총재는 “다양한 층위·차원에서 전세계 빈곤에 대한 더 넓은 관점을 가진다면, 빈곤이 우리 생각보다 더 널리, 견고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것”이라면서 “극단적 빈곤을 2030년까지 퇴치하고, 공동번영을 촉진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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