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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끄는 이유가 뭐냐… ‘미국發 체제 동요’ 불안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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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끄는 이유가 뭐냐… ‘미국發 체제 동요’ 불안한 북한

입력
2018.11.26 17:01
수정
2018.11.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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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도조절론 함정” “인권 타령 추악한 속내” 

 친북ㆍ관영 매체 통해 대미 의구심 드러내 

 대내 단속과 대남 ‘민족 공조’ 강조도 병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을 시찰하고 생산공정 현대화와 신기술 도입 등을 독려하고 있다. 그림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게재한 관련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을 시찰하고 생산공정 현대화와 신기술 도입 등을 독려하고 있다. 그림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게재한 관련 사진. 연합뉴스

비핵화 상응 조치에 인색한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의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협상을 교착시키며 시간을 끄는 목적이 결국 북한 체제 동요 유도 아니냐는 것이다. 주민 대상 이념 단속 강화와 대남(對南) ‘민족 공조’ 강조도 불안감의 방증인 듯하다.

친북 매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6일 ‘한미워킹그룹과 속도조절론의 함정’ 제하 기사에서 “비핵화에 시간표가 없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발언 등을 거론하면서 “일각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초에 2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내정간섭의 횡보를 저르며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북남 공동선언 이행을 가로막으려 하는 데 대해 대조선(대북)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식 전략적 인내’로 선회하는 징조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전략적 인내는 ‘참고 기다리면 북한 정권은 붕괴한다’는 신념에 기반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다.

신문은 “조선의 입장에서는 대화 상대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북 지도부가 짐짓 느긋한 태도를 보이며 자기들을 압박 중인 미 정부에 대해 품고 있을 법한 의구심을 시사했다. “만약 백악관의 주인이 ‘인내’를 운운하며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을 조성한 전임자와 같은 길을 가려 든다면 조선도 상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조바심은 관영 매체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인권 타령에 비낀 미국의 추악한 속내를 해부한다’ 제하 개인 논평에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북한 인권 보고서 발간과 지속적인 미국 내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목표가 “저들(미국)의 제재 압박 책동을 합리화하고 조미협상에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며 나아가 반(反)공화국 체제 전복 흉계를 실현해 보려는 데 있다”고 했다. “지금 미국은 우리의 핵 문제가 조미 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고 있지만 그것이 풀린다고 하여도 인권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등 연이어 새로운 부대조건들을 내들며 우리 체제를 저들의 요구대로 바꿀 것을 강박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다.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와 미국의 정치ㆍ군사적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미국은 더 이상 부질없이 놀아대지 말고 달라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변천된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대미 성토와 병행되는 건 대내 결속이다. 이날 노동신문은 ‘주체 조선의 공민 된 긍지 드높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라는 제목의 1면 사설에서 “우리 인민이 전대미문의 시련 속에서도 순간의 주저나 동요 없이 줄기차게 전진시켜올 수 있은 근본 원천은 우리 국가제일주의”며 “건전한 사회주의 생활 양식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 누구나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 문화가 절대로 우리 내부에 침습하지 못하도록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면 ‘군중은 우리 당의 지반’ 제하 기사에서도 “당은 인민을 믿고 인민은 당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위대한 혼연일체의 위력에 떠받들려 사회주의 강국이 반드시 일떠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협력에 더 적극 나서라고 남측을 설득하는 데에는 선전 매체가 동원됐다. 남북 경협은 제재 완화의 대안 성격이다. 이날 ‘우리민족끼리’는 ‘개성공단의 역사를 다시금 돌이켜보며’ 제하 기사에서 “역사와 현실은 우리 민족끼리에 기초해 북과 남이 손을 잡고 경제협력 사업을 힘 있게 밀고 나갈 때 민족의 화해와 단합, 공동 번영을 힘 있게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준다”고 했다.

매체는 “북남 경제협력은 북과 남의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합리적으로 발전시켜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가져올 뿐 아니라 민족 내부에 서로 돕고 도와주는 화해와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해준다”고 경협의 당위성을 환기하는 동시에 “토지 임대료나 세금의 측면에서 우리가 취한 동포애적 조치는 남측 기업가들이 그야말로 감지덕지할 정도로 특혜 중에 특혜”라며 개성공단 운영의 실익도 강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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