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여러 가능성 다 열고 논의 중”… 내년 2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사전 조율할 북미 고위급 회담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청와대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주요 합의사항이었던 김 위원장 답방을 두고 이제는 시기를 굳이 연내로 규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소강 상태가 길어지는 분위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연내 답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데 더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이는 기존 청와대 입장보다는 후퇴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 서울 답방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답방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안에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 15일 연내 답방은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애초 미국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에게 오는 27일쯤 뉴욕 혹은 워싱턴에서 만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면 준비에 한 달쯤 걸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1월 초쯤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김 위원장 서울 답방도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연내 혹은 방미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청와대도 이런 시간표에 맞춰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연내 답방 문제를 매듭짓고자 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측 제의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모든 일정들이 순연되는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 “북미 간 현재 논의 중이며, 가급적 빨리 열리길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대화를 앞둔 북미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다수지만, 김 위원장 답방이 실제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1월 1일 신년사 발표 후 한 해 기조를 잡는 일정이 1월 내내 많은 북한 체제 특성상 2월 이후로 답방 일정이 밀릴 수도 있다.
결국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번째 정상회담이 중요해졌다. 한미 양국은 오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단독 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은 이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견인책이 나온다면 북미 대화 바퀴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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