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법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상고제 개혁 논의 ‘올스톱’ 상태
“개정안 토론 과정서 입장 정리”
“상고제도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전인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고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법원의 심급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상고제도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사법서비스 고객인 국민이 새로운 대법원장 체제의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임기 초부터 상고제 개혁을 강하게 밀고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취임 후 1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고제 개혁 논의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사법농단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취임 이후 이와 관련한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법원행정처 폐지를 비롯한 사법행정 조직 개편에 사법개혁 동력이 집중된 탓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며 이런 사태가 났던 만큼 상고제도 자체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게 매우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법농단 수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에는 상고제 개혁이 가장 중요한 사법개혁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취임 1년을 맞이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향후 상고심제도 개선과 전관예우 논란이 계속되는 재판제도 투명성 확보방안 등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법부의 근본적인 개혁조치들에 관해 입법부와 행정부 및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추진력 있는 보다 큰 개혁기구 구성 방안도 조만간 마련해 밝히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대표발의한 상고허가제를 내용으로 하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김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가장 근접한 법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법률안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발표했던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 설치를 골자로 한 사법제도 개선안과 대동소이하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관련 제도 중에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대법원 측과도 어느 정도 의견 교환을 한 후에 (금 의원의 개정안) 발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재 상고제도 자체에 대한 공식 의견은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상고제 개혁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대법원 입장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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