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직 등 非고시 출신 보직 허용 추진
문희상 국회의장이 비(非) 입법고시 출신들의 활동영역을 넓히는 국회 인사제도 혁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입법고시 출신들의 국회 고위직 독점을 깨고 각종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인사시스템을 손보는 취지다. 문 의장이 직접 국회사무처 조직개혁에 나서는 만큼 40년간 공고하게 유지돼온 ‘입법고시 순혈주의’ 벽이 허물어질지 주목된다.
26일 국회 및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국회 임기직ㆍ연구직공무원의 보직임용을 허용하는 ‘국회사무처법ㆍ국회예산정책처법ㆍ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들은 조직 및 인사 개혁에 대한 입법부 수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문 의장의 이름으로 대표발의될 예정이다. 문 의장 측은 법안 발의와 함께 ‘국회인사교류규정’도 손 볼 계획이다.
개정안은 비입법고시 출신들이 맡고 있는 임기제ㆍ연구직공무원들이 승진할 수 있도록 보직을 주는 것이 골자다. 입법조사처(국회예산정책처ㆍ국회도서관 포함)는 사무처와 달리 임기직ㆍ연구직 등 개방형 직위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연구직의 경우 보직을 받지 못해 승진이 불가능하다. 채용이 되면 정년퇴직 때까지 보직 없이 연구관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연구직들이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았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 정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관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연구직과 임기직이 고위직으로 승진하게 된다면 입법조사처 전문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법 7조에 따르면 고위직인 1~4급의 보직 대상은 일반직국가공무원으로 한정돼 있다. ‘임기제공무원 제외’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임기제공무원 제외 조항을 지우고, ‘연구관’을 포함시켜 임기직ㆍ연구직도 고위직급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임기직의 수를 정원의 20%로 제한한 조항도 삭제해 개방형 직위의 문호도 더 열었다. 예산정책처법 7조와 입법조사처법 6조에도 연구관을 집어 넣어 임기직과 연구직이 해당 기관에서도 고위직급에 오를 수 있게 했다.
임기직ㆍ연구직의 보직 허용 방안은 지난 10월 중순 의장 직속기구인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인사제도 개선책으로 문 의장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당시 이 내용은 자문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형 공모로 채용되는 임기직ㆍ연구직의 활동 범위를 넓혀 주면 사무처에 대한 견제는 물론 조직 자정능력도 강화될 것이란 의견이 힘을 받았다.
자문위는 이와 함께 연구직과 사무처 직원간 인사교류를 허용하고, 연구직의 채용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교류의 경우 연구직에게 사무처 소속인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다만 사무처 직원들이 두 가지 방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들 내용은 사무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개정안이 논의될 경우 입법고시 출신들의 입지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내부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의장과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의 인사ㆍ조직 개선 의지가 강해 내부 불만이 입법부 조직내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입법고시는 1976년 처음 실시돼 매년 10~20명을 뽑는 5급 공무원 공채시험이다. 전문성이 보장된 엘리트 입법부 공무원을 배출해왔다. 15명을 뽑은 올해 경쟁률은 275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