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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한국 문화가 아닌 세계 문화를 세계에 가장 현란하게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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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한국 문화가 아닌 세계 문화를 세계에 가장 현란하게 보여줘”

입력
2018.11.2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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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 분석 

 “한류문화의 실체 불명확해” 

방탄소년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탄소년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한류의 성공인가. 즉, 한국 문화가 세계를 점령했다고 말해도 되는가.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는 아니다, 라고 확인한다. “세계에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린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에 세계 문화를 가장 현란하게 보여준 한국인.” 정 교수는 월간 문학사상 12월호에 낸 글 ‘BTS의 약진을 계기로 돌아다본 한국문화와 한국문학’에서 BTS를 그렇게 규정했다. BTS의 음악에 한국 문화의 “실질”이라고 할 만한 고유한 것이 없다는 논리에서다.

정 교수는 BTS의 세계 점령을 “한국이 세계의 일원으로 자신을 등록하기 위해 투신했던 기나긴 고투의 막바지”라고 풀이했다. 그 고투는 ‘기미독립선언서’(1919)에서 시작됐다.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을 선언하노라.” ‘선언’은 70년간 사실상 말뿐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한국이, 거기 사는 경제적 동물들이 ‘있다’는 걸 겨우 알렸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며 비로소 한국인의 존재를 선포했다. 이어 BTS의 성공으로 “한국인이 세계인임을, 그것도 잘난 세계인임을 선언”했다.

그런데, 한국인의 ‘무엇’을 가지고 한국인이 세계인이 된 것인가. 그에 대한 명확하고도 충분한 답은 아직 없다. 그 ‘무엇’이 한국 문화는 분명 아니다. BTS의 음악을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같은, 변별성을 확보한 한국적 문화예술이라 보긴 어렵다. “한류의 성공은 ‘한국적인 것’이라고 가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의 대중문화의 추세가 요구하는 동작과 감각을 가장 자극적으로 혹은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었다. (…) 한류는 인공적으로 증강된 대중문화다. 매스게임의 소집단 버전과도 같은 것이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 교수는 “한류의 세계적 인기에 비해 그 문화적 실질이 보이지 않는 것”이 한류를 둘러싼 논란의 근원이라 짚었다. 예컨대,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인기의 원동력인 ‘시건방짐’은 한국 문화에서 우러난 게 아니라, 미국 코믹스에 원천을 두고 있다. 정 교수는 BTS가 “불가사의한 현상”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한류가 ‘실체로서의 문화’의 수준까지 도달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류에 대해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유례없는 활기이다. BTS의 음악의 초고속 전환에서 그걸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러나 순수한 운동 에너지는 위치 에너지를 쓸어버리고 있다. 즉, 운동이 실체를 휘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체를 구축하지 못하면 문화는 인류의 자산으로 정착하지 못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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