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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에 다시 먹구름, 누구든 건드리면 전면전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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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에 다시 먹구름, 누구든 건드리면 전면전 터진다

입력
2018.11.26 17:49
수정
2018.11.26 21:4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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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군함 3척 나포

포로셴코 우크라 대통령 계엄령 제안

해군 “전투태세… 바로 공격 준비”

러는 “우크라가 의도적 도발” 반박

2014년 러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케르치해협 둘러싼 분쟁 계속

나토는 “우크라 주권 전폭 지지”

25일 러시아 전투기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 위 하늘을 날고 있다. 다리 아래 선박 통행로는 화물선으로 봉쇄됐다. 케르치해협=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러시아 전투기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 위 하늘을 날고 있다. 다리 아래 선박 통행로는 화물선으로 봉쇄됐다. 케르치해협=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동쪽 해역의 이용권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충돌하면서 장기간 내전 상태에 놓인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해군 선박 3척을 공격해 나포한 것에 맞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계엄령 선포를 검토하는 등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군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크림반도 동쪽 아조프해로 진입하기 위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사이 케르치해협을 지나던 우크라이나 해군 포함(砲艦) 2척과 예인선 1척이 러시아 해군 공격을 받아 나포됐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 방위군이 올해 5월 완공된 크림대교 아래 선박 통행로를 노골적으로 봉쇄했고, 우크라이나 측 예인선을 들이받는 등 거칠게 제압해 케르치 항구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나포 사실을 확인했지만 책임을 우크라이나 쪽으로 돌렸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26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선박이 러시아 영해를 침입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수차례 경고를 무시해 무력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해군이 “통항 메시지를 보냈지만 무시당했다”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 도중 한 남성이 타이어더미 위에 흰 종이배를 세우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 도중 한 남성이 타이어더미 위에 흰 종이배를 세우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내각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의회에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엄령 선포를 제안했다. 사실상 전쟁 준비 조치다. 이호르 보로첸코 우크라이나 해군사령관은 “케르치해협 근처 병력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바로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포로셴코 대통령은 계엄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목적일 뿐이며, 국제 사회에 반러시아 제재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키예프 시민들도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불을 지르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러시아는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의도적인 도발 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폈다. 우크라이나의 계엄령이 선포되면 내년 3월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여론조사에서 포로셴코 대통령은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에게 크게 뒤져 2위권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 보도전문 RT방송은 이를 지적하며 포로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의도적으로 분쟁을 일으켜 선거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르치해협과 아조프해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03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조약에 따라 양국 선박은 케르치해협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반란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아조프해를 둘러싸고도 분쟁이 이어졌다. 특히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가 건설된 것을 계기로 케르치해협을 지나는 우크라이나 선박에 대한 검문이 강화됐다. 러시아는 크림대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아조프해에 접한 마리우폴ㆍ베르댠스크를 오가는 선박 통항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제사회도 급격한 긴장 고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유럽연합(EU)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한 절제된 행동을 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아조프해 항구를 이용할 권리를 제약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도발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돌리며 전면 공격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그림3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 도중 한 남성이 타이어더미 위에 흰 종이배를 세우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 도중 한 남성이 타이어더미 위에 흰 종이배를 세우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 도중 한 남성이 타이어더미 위에 흰 종이배를 세우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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