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 숨은 조역 신미대사 조명
정이품송 등 속리산 명물도 재현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 한글창제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진 신미대사(信眉大師·1403∼1480)와 천연기념물 정이품송(103호)등을 주제로 한 공원이 26일 문을 열었다.
‘훈민정음 마당’으로 명명된 이 공원은 보은군이 55억원을 들여 정이품송 옆 달천 건너편 3만㎡에 조성했다. 정이품송 쪽에서 달천에 세워진 오작교를 지나 공원에 들어서면 정이품송을 9m크기로 축소한 흰색 조형물이 나타난다. 스테인레스 재질인 이 조형물에는 센서가 부착돼 관광용 자전거가 접근하면 가지를 들어 올린다. 세조가 속리산에 행차했을 당시 연(임금이 타는 가마)이 걸리지 않도록 정이품송이 가지를 들어올렸다는 전설을 재현한 것이다.
조형물 바로 옆에는 정이품송을 빼닮은 소나무가 심겨져 방문객을 맞는다. 정이품송 곁에서 38년 동안 자란 정이품송 후계목이다.
어가 행렬을 재현한 조형물을 따라 마당 가운데로 진입하면 신미대사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엔 신미대사 부모, 스승 조형물과 신미대사의 행적을 그린 지도와 궁궐출입도 등이 세워졌다. 훈민정음 이야기를 담은 공간에서는 한글 창제에 관여한 신미대사의 숨은 공로를 전통 담장에 이야기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범종 모양의 조형물에는 세종과 정의공주 수양대군 등 한글창제 과정에 관여한 인물 관계도와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신미대사는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 훈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불교 경전에 심취했다. 속리산 복천암(당시 복천사)에서 출가하고 입적한 것으로 전한다.
불교계와 학계 일부에서는 그가 세종을 도와 한글을 창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한글의 음운 체계가 범어(梵語·산스크리트어)와 일치하는데, 세종의 총애를 받던 신미대사가 당대 최고의 범어 전문가였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복천암 사적비에는 ‘세종은 복천암 신미대사로부터 한글 창제 중인 집현전 학자들에게 범어의 자음과 모음을 설명하게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수양대군이 부처의 일대기를 한글로 엮은 '석보상절' 편집을 주도하고, 세조의 명을 받아 '능엄경언해' '묘법연화경언해' 등 불교경전 언해본을 발간하는 등 한글 대중화에도 기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세조가 정이품송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를 찾아 속리산으로 가던 중 일어난 일이었고, 복천암 바로 아래에는 세조가 부스럼 치료를 위해 몸을 씻었다는 '목욕소'가 있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한 때 법주사 승려 등을 주축으로 ‘신미대사 선양회’가 구성되기도 했지만, 업적 발굴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26일 훈민정음 마당 준공식에서 “훈민정음 창제의 숨은 주역인 신미대사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한글 관련 공원과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물 중심의 테마공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훈민정음 마당 조성 취지를 밝혔다.
보은= 글 사진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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