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내년 예산 2661억 책정
산업부도 664억 증액해 요청
양측은 “사업 내용 자체가 달라”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
효율성 위해 일원화 필요” 지적
정부의 4차 산업 핵심 추진 방안 중 하나인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산업단지(스마트산단)를 놓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두 부처가 예산을 따로따로 신청하면서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부처 칸막이가 여전히 높아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중복 예산 신청이란 병폐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엔 여당 의원을 통해 내년 예산안 증액 사업으로 산업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산단 예산 664억원이 요청됐다. 세부적으로 △스마트산단 구축지원을 위한 산단별 데모공장 신설 40억원 △스마트공장핵심기술개발을 위한 대표공장 추가 구축 13억원 △뿌리산업경쟁력강화지원을 위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35억원 △산업단지 발전기반 강화를 위한 스마트 제조 인력양성 154억원 △산학융합지구조성 160억원 등이다. 산업단지를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적된 스마트산단으로 변모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게 산업부의 복안이다.
문제는 비슷한 내용의 사업이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에서 ICT스마트공장 보급사업으로 2,661억원을 편성해 제출했다. 스마트공장 구축과 이미 구축된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한 지원에 가장 많은 2,398억원을 배정하고 스마트공장 전문인력 양성에도 121억여원을 할애했다. 이를 통해 중기부는 신규 스마트공장 1,600개를 설립하고, 500개 공장을 고도화 하는 한편 스마트공장 배움터 추가 설립 등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의 스마트산단과 중기부의 스마트공장의 내용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공장은 제품기획ㆍ설계, 제조ㆍ공정, 유통ㆍ판매 등 전과정을 IT로 통합해 최소의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런 공장들이 모이거나 기존 공장들이 스마트공장으로 변모해 단지를 이룬 게 스마트산단이다. 두 부처의 예산 신청은 스마트공장 신설ㆍ구축, 인력양성 등 핵심사업들을 교통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부처별로 따로 따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사업 내용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의 스마트공장 사업의 경우 연구ㆍ개발(R&D) 지원에 특화됐고, 인력양성도 산학 연계 프로젝트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학협력의 경우엔 이름만 다를 뿐 교육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LINK+ㆍ링크플러스)’과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교육부는 내년 링크플러스 사업에 올해(2,025억원)보다 25% 증액한 2,532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결국 부처 이기주의에 국민 혈세만 낭비될 공산이 크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좋은예산센터이사장)는 “중복 사업에 대한 예산이 끼워 넣기 식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것은 권한과 재량을 확대하려는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특별히 중요한 사안이라면 집행 효율성을 위해서도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는 내년 예산 감액 심사를 진행 중이며 감액 심사가 끝나면 곧바로 증액 심사에 돌입한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의원들의 증액 요청에 대해 동의 여부를 결정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예산이 결정된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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