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도로점용 허가 행정소송… 공대위 “시민 안전 우려” 비판
경기 부천시 상동지역 고압선 매설공사를 둘러싸고 한국전력공사와 부천시ㆍ주민들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26일 부천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6일 “부천시가 주민들 민원을 이유로 도로 점용 허가를 하지 않는 것은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인천지법에 위법사항을 확인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한전은 앞서 7월 같은 내용으로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행정심판위원회는 도로 점용 허가와 관련해 부천시 손을 들어줬다.
한전은 인천 부평구 신부평변전소에서 경기 광명시 영서변전소까지 17.4㎞ 구간에 345㎸ 초고압 송전선로를 묻는 공사를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문제는 다른 구간은 고압선이 지나가는 터널(전력구)을 지하 30~50m 깊이에 뚫지만 부평구 삼산동~부천 상동 2.5㎞ 구간은 지하 4~8m 아래 있는 기존 전력구를 활용해 고압선을 매설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기존 전력구에는 이미 154㎸ 고압선이 매설돼 있다.
특고압결사반대학부모연대비상대책위와 상3동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등 17개 주민ㆍ시민단체는 이날 부천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행정소송을 낸 한전을 비판했다.
공대위는 성명에서 “한전은 345㎸ 고압선이 추가돼도 국내 전자파 권고 기준인 833mG(밀리가우스ㆍ전자파 세기 단위) 이하라고 주장하지만 스웨덴과 네덜란드, 스위스 권고 기준은 2~10mG 불가하다”라며 “시민들 안전과 생명과 안전을 해치고 환경을 파괴하는 한전 행태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고압선을 40~50m 깊이로 우회해 매설하고 기존 154㎸ 고압선을 새로 뚫는 곳으로 옮겨 매설할 것을 요구했다.
상동과 함께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도 기존 전력구를 활용해 고압선을 매설하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 지역은 초ㆍ중ㆍ고교 14곳이 밀집해 있어 학부모들 반발이 특히 거세다.
한전은 수도권지역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전력구를 활용하지 않고 새 전력구를 만들면 사업비(1,900억원)가 550억원 정도 더 들고 공사 기간도 2, 3년 길어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자치단체는 도로 점용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며 “행정소송과 관련해 28일 한전을 배제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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