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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대신 뿌리고 붓고... 흙물이 만들어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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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대신 뿌리고 붓고... 흙물이 만들어낸 풍경

입력
2018.11.27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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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필 ‘대지의 심포니’ 전시

채성필의 ‘대지의 심포니’. 갤러리그림손 제공
채성필의 ‘대지의 심포니’. 갤러리그림손 제공

“땅에서 하늘로 올라갔네요.”

개관 10주년 기념전을 준비하던 심선영 갤러리그림손 아트디렉터가 올해 초 채성필(46) 작가의 신작 ‘대지의 심포니’를 보고 한 얘기다. 짙은 푸른 색에 흰 점이 박힌 캔버스는 마치 은하수가 펼쳐진 밤하늘처럼 아득하다. 작가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대지에서 확장돼 하늘과 우주의 느낌이 나타났다”고 했다.

흙을 재료로 대지를 표현해온 채 작가의 신작 20여점으로 꾸려진 ‘대지의 심포니’ 전시가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린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기존에 보여줬던 대지의 이미지를 넘어 하늘과 우주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채성필의 ‘근원’. 갤러리그림손 제공
채성필의 ‘근원’. 갤러리그림손 제공

언뜻 유화처럼 보이지만 작품들은 모두 흙을 사용해 그렸다. 붓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에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흙과 물, 숯, 먹 등을 섞어 만든 물을 은분을 바른 캔버스 위에 뿌리고, 붓는다. 흙물은 자연스럽게 중력에 따라 밑으로 흐르거나, 옆으로 퍼진다. 때로 작가는 캔버스를 흔들거나 움직여 물길을 의도하기도 한다. 푸른색과 초록색은 인공 물감이 아니라 유럽에서 찾은 천연 흙이다.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황토도 자주 사용한다. 작가는 “흙을 곱게 갈아 가루처럼 만들면 인공적인 색이 아닌 천연 색을 얻을 수 있다”며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흙에서 영감을 받아 가장 자연적인 것에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흙이 캔버스에 만들어낸 물줄기는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연둣빛 흙이 흘러 내리는 ‘근원’은 이끼가 뒤덮인 대지이기도 하고 산 속에 깊은 계곡 같기도 하다. 한국 황토를 사용한 작품은 눈 덮인 겨울 숲을 바라보는 것 같다. 작가는 “보는 시각이나 위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라며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다. 전시 제목은 캔버스 위에서 자유자재로 흐르는 물줄기가 하나의 음률 같은 느낌을 줘 ‘대지의 심포니’라 정했다. 정해성 문화평론가는 “채성필의 작품은 음악 같은 그림이다”라며 “항상 음악의 선율처럼 흐르면서 새로움을 사유하고 모색한다”고 평했다.

채성필의 ‘대지의 심포니’. 갤러리그림손 제공
채성필의 ‘대지의 심포니’. 갤러리그림손 제공

서울대 동양화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2003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흙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흙을 캔버스에 올려 독창적이면서도 근원적인 공간 표현으로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어왔다. 그의 작품은 김범수 카카오다음 이사회 의장, 배용준, 유호정 등의 국내 유명인사와 세계적인 컬렉터인 프랑수아 피노, 로스차일드 등이 소장하고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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