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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안면 이식(11.27)

입력
2018.11.2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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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식 수술을 최초로 받은 프랑스인 이사벨 디누아르의 2006년 모습. AP 연합뉴스
안면이식 수술을 최초로 받은 프랑스인 이사벨 디누아르의 2006년 모습. AP 연합뉴스

문학적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절박한 수요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전제돼야 하지만, 나아가 윤리의 심연을 건너야 할 때도 많다. ‘안면 이식(Face Transplant)’의 경우처럼,공동체 윤리 혹은 필요와 당사자의 그것이 예민하게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안면 이식은 범죄ㆍ첩보 소설에 더러 등장하는 전면적 성형수술과 다르고, 자기 피부 일부를 떼어내 얼굴 부위에 이식하는 처치와도 다르다. 그건 말 그대로 사람의 얼굴 피부 일부 혹은 전부를 타인의 두개골에 덮씌우는 수술, 장기를 기증받는 것처럼 사망자의 코와 입술 눈 주변 등의 피부를 제공받아 이식하는 수술이다.

거기에는 거의 필연적으로 면역 저항이라는 심각한 생명 장애가 발생한다. 의료행위가 생명ㆍ건강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다. 당연히 피부 제공자와 수혜자의 적극 동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의료기술과 별개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장기적 심리적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얼굴은 심장 같은 장기와 달리 개인의 외형적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2002년 영국 런던 로열프리병원의 피터 버틀러 박사가 안면이식의 기술적 가능성을 학술지 ‘랜싯’에 처음 발표했다. 선천적 기형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얼굴 훼손은 당사자에겐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장애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생물학적 생명활동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안면 이식을 용인할 것인지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이 시작됐다.

2005년 11월 27일, 개에게 얼굴을 심하게 물려 일상적인 생활을 못 하게 된 프랑스인 이사벨 디누아르(Isabelle Dinoire)가 사상 처음 뇌사한 여성의 얼굴을 기증받아 코와 입 주변 피부를 이식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디누아르는 무척 행복해했다. 하지만 면역반응 등 부작용 때문에 그는 일상적인 고통에 시달렸고, 2016년 4월 만 49세로 숨졌다. 사인은 암이었으나 그의 몸은 장기적인 면역 억제제 투여로 정상적 면역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로도 중국, 캐나다, 터키, 스페인 등지에서 부분ㆍ전면 안면이식 수술이 잇따랐다. 안면 이식으로 새 삶을 누리게 됐다는 긍정적 사연들도 더러 전해지곤 했지만, 면역 부작용으로 그 삶을 오래 누리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안면 이식은 현실화했지만 넘어야 할 벽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말끔히 넘지는 못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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