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강경파ㆍ노동당 모두 불만… 내달 10일께 표결, 통과 불투명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공식 협상은 일단락 됐지만,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영국 의회 통과 여부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27개국 EU 지도자들은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다룬 브렉시트 합의문과 함께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의 윤곽을 담은 ‘미래관계 정치선언’ 등을 승인했다. 지난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통과된 합의안에는 브렉시트 공식 시행일인 내년 3월 29일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2020년 말까지 21개월간 전환(이행) 기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영국은 50조원에 달하는 이혼합의금(EU 탈퇴 재정부담금)을 납부하는 대신 영국의 관세 동맹 및 단일시장 접근권이 보장된다.
그러나 합의안은 영국 의회와 유럽의회로부터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험난한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양측 의회에서 합의안이 모두 비준되면, 브렉시트의 충격을 최소화하며 영국의 질서 있는 EU 탈퇴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의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변수다. 영국은 다음달 10일 또는 11일께 이번 합의안에 대해 하원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하원은 총 650명으로, 합의 통과를 위해선 과반의 기준인 320표를 확보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BBC는 “집권당인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뿐 아니라 EU 잔류를 주장하는 노동당 등 야당의 친유럽파 의원 모두 불만을 갖고 반대하고 있어 합의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당장 보수당(315석)에서만 합의안에 반대하는 강경론자들이 60~80명으로 추정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대국민 서한을 통해 “영국 전체와 국민 모두를 위한 합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끝내 합의안이 부결되면 극도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영국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 합의안을 수정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 제2국민투표 나서거나, 조기총선 개최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할 수도 있다. EU와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 상황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 합의안이 EU가 영국에 줄 수 있는 최선의 안이고, 유일한 안”이라고 배수진을 치며 영국 의회를 압박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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