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초콜릿마스터스 5위
롯데제과 김은혜 셰프
각국 1위 참가 3년마다 열려
한국인으로 최고 성적 거둬
2005년부터 3년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 파이널’은 일명 ‘초콜릿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초콜릿 공예 대회 중 하나다.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등 22개국에서 초콜릿 명장 대회를 열어 1위로 선발된 22명이 국가대표 자격으로 실력을 겨룬다. 지난 2일 폐막한 올해 대회에서 롯데제과 길리안 카페의 김은혜(32) 셰프가 한국인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했다.
“처음 제과제빵 공부할 때부터 ‘꿈의 대회’라고 생각했었죠.” 김은혜씨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10명 진출하는 최종 본선에도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도 높은 성적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역대 한국인 최고 성적은 2007년 참가한(2015년까지 격년 개최) 정영택씨다.
중앙대 조소과를 나온 김씨는 “초콜릿 공예에 미적 감각이 필수라서 외국에서는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쇼콜라티에(초콜릿 공예 전문가)가 많다. 제 이력이 특이한 건 아니다”라며 “대학을 다니며 제가 순수예술보다 응용미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졸업 후 진로를 찾다 평소 관심 있던 제과제빵 기술자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은 학교가 르 코르동블루였고, 이왕이면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나라인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김씨는 “유학을 떠난 2011년에는 국내 디저트 문화가 지금처럼 다양하진 않았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 디저트가 초콜릿 시장의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 2,3년 간 제과제빵 전문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유행하면서 제품도, 소비자층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르 코르동블루 호주를 졸업하고 현지 초콜릿가게에서 일했던 김씨는 2014년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길리안이 국내에 전문 매장을 열며 마스터 셰프로 한국에 돌아왔다. 올 1월 한국에서 열린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 예선전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호주 유학시절부터 꿈꾸던 대회였지만 호주는 한국보다 초콜릿 시장이 큰데다 외국인 신분이라 그때, 대회 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열린 본선에서 22개국 대표들이 겨룬 제과제빵 기술 종목은 총 8개. 대형 케이크, 화학물질 무첨가 디저트 등 과제는 알고 있었지만, 프랑스 현지에서 구한 버터와 카카오 등 재료가 국내 재료와 달라 레시피를 급히 수정해야 했다. 김씨는 “제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됐던 대회였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스타 셰프들이 제 작품을 평가해주고 현재 제 위치를 솔직하게 말해준 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디저트 문화가 유행하면서 제과제빵 기술자를 꿈꾸는 분들이 많아졌잖아요. 그 분들께 (대학 졸업 후 전공 바꾼)제 사연이 모티브가 됐으면 해요. 언제든 열심히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