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을 떠나는 에릭 해커(35)는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글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히어로즈 구단, 프런트, 직원, 코치,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팀의 장래는 아주 밝다"고 덕담하면서 “나는 건강하다.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자신 있게 준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재취업도 희망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NC에서 활약한 해커는 올해 재계약에 실패한 뒤 넥센 유니폼을 입고 1년 더 한국 뛸 수 있었다. 그러나 용병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올 겨울에는 해커도 살아남지 못했다.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제이크 브리검(30)과는 재계약 했지만, 해커와는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좌완 에릭 요키시(29)를 영입했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긴 ‘장수 용병’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검증된 용병’의 경험을 높이 사기 보다는 젊은 새 용병을 영입하는 게 대세가 되고 있다.
7년간 두산에서 뛰었고 올해는 KT 유니폼을 입은 최장수 외인 더스틴 니퍼트(37)도 재계약은 사실상 불발됐다. 통산 214경기에서 102승51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고 외인투수 최초로 100승-1,000탈삼진(1,082개)을 달성한 역대 최고 용병이지만 노쇠화를 피할 수 없었다. KT는 이미 라울 알칸타라(26)와 계약했고 빅리그 출신의 윌리엄 쿠에바스(28)와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트와는 결별을 뜻한다. LG도 지난 22일 타일러 윌슨과 총액 140만달러에 재계약을 발표하며 헨리 소사(33)와 결별을 선택했다. 2012년 KIA를 시작으로 2014년 넥센을 거쳐 2015년부터 3년간 LG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온 소사 역시 7시즌 동안 68승60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한 대표적인 ‘한국형 용병’이다.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메릴 켈리(30)와 라이언 피어밴드(KTㆍ33)도 4년 이상 장수했지만 내년엔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5일 현재 KBO리그 구단과 계약한 9명 중 7명이 한국 무대 데뷔를 앞둔 새 얼굴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