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억 들인 속초항 찾은 크루즈는 불과 3척…이름만 국제공항인 양양공항 재현 우려도
수백억원 들여 조성한 속초 대형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극심하게 저조한 이용률 탓에 혈세 낭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5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출국장과 면세점 등을 갖추고 문을 연 속초항 국제크루즈 여객터미널에 들어간 사업비는 373억원이다. ‘큰손’으로 불리는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힘입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하겠다는 복안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속초항에 입항한 크루즈가 이탈리아 선적의 코스타 세레나호(11만톤급)와 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5만7,000톤급), 코스타 포츄나호(10만2,587만톤급) 등 단 3척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7월 정박한 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가 당시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부산항에 입항하지 못하면서 속초항으로 기항지를 변경한 사례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용 사례는 2차례에 불과하다.
강원도측에선 6,000여명의 크루즈 관광객들이 속초를 찾았다고 밝혔지만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는 미미했다. 승객들이 7~8시간 가량 잠시 머물다 떠나는 데다, 쇼핑센터와 테마파크 등 지갑을 열만한 배후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때문에 올 들어 속초항을 찾은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7만5,000원으로, 50만원 안팎인 제주에 비해선 기대 이하다.
여기에 강원도가 지난달 속초항 터미널 활성화를 위해 속초~일본 기타큐슈~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카페리 운항을 추진했지만 동해항에서 일본 사카이미나토와 러시아 블라디스토크를 연결한 DBS크루즈와의 노선 중복으로 ‘제살 깎아 먹기’ 경쟁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강원도가 내년 2월부터 속초~기타큐슈로 항로를 변경했지만 수익성 확보 논란은 여전하다. 일각에서 혈세를 쏟아 붓고도 ‘이름만 국제공항’이란 오명을 쓴 양양공항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원도도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강원도 관계자는 “쇼핑인프라 등이 부족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내년 속초항에 크루즈를 15척 이상 유치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항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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