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니밴 시장은 카니발의 앞마당과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미니밴을 선보이며 그 작은 입지 속에서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에서 온 미니밴,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만나게 되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과연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같은 PSA의 푸조 308, 5008이 그랬던 것처럼,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역시 차량의 성격 대비 한층 컴팩트한 구성을 갖췄다. 4,600mm의 전장을 시작으로 1,825mm의 전폭과 1,635mm의 전고를 보유하고 있어 7인승 패밀리 밴의 감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전륜과 후륜을 차체 끝으로 밀어낸 구성 덕에 2,840mm에 이르는 긴 휠 베이스를 뽐낸다.
새로운 시트로엥 디자인의 시작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의 디자인은 기존의 시트로엥과 새로운 시트로엥의 경계에 위치한 디자인을 갖췄다. 더블 쉐브론 엠블럼과 분리형 헤드라이트 요소를 중심으로 시트로엥 고유의 유니크한 존재감을 그대로 강조하면서도 특유의 깔끔하고 감각적인 조형미를 한층 부각시켰다.
디자인에 있어 과도한 라인처리 보다는 차량이 추구하는 성격을 강조하듯 여유로운 실루엣을 그렸다. 덕분에 그랜드 C4 피카소는 유니크하면서도 여유로운, 말 그대로 '프렌치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시트로엥 디자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전면 디자인은 단연 이목을 끈다.
브랜드의 엠블럼과 프론트 그릴을 일체화한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더블 쉐브론을 한껏 강조한다. 여기에 상단과 하단으로 나뉜 헤드라이트와 전면 범퍼에 적용된 C 형태의 크롬 가니시, 그리고 검은색으로 더해진 범퍼의 디테일 파츠는 향후 데뷔할 시트로엥의 SUV 모델들인 '에어크로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측면은 누가보더라도 '패밀리 미니밴'의 정체성이 명확하다. 특유의 짧은 전, 후륜 오버행으로 늘어난 휠베이스와 개방감이 돋보이는 창문들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18인치 알로이 휠을 통해 시각적인 매력을 더욱 강조한다. 여기에 루프라인부터 D필러 단 번에 이어지는 메탈 타입의 가니시 덕에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후면은 단조롭지만 넉넉한 이미지로 미니밴 고유의 감성을 강조했다. 트렁크 게이트 양 끝으로 밀어낸 ‘ㄷ’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차체를 더욱 넓게 느끼게하며 넉넉한 트렁크 게이트, 가로로 긴 크롬 가니시 등이 시각적인 제 몫을 다한다. 그 상황에서도 필기체로 표기된 피카소 레터링은 무척 인상적이다.
개방감, 공간감을 더한 MPV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실내 공간에 있다. 특히 패밀리 미니밴이라는 차량의 정체성에 맞춰 탑승자가 심리적인 여유와 실질적인 '공간의 여유'에 힘을 실었다. 실제 그랜드 C4 피카소의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가면 우선 윈드쉴드와 측면 창문 덕에 뛰어난 개방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대시보드의 구성에 있어서도 간결하면서도 단조롭게 다듬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외부로 드러나는 물리버튼을 최소로 줄이고 깔끔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배치해 사용감을 더했다. 독특하고 다양한 패널을 조합해 여유를 더했던 다른 시트로엥 차량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는 다양한 테마를 지원하는 12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계기판 및 주행에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며 대시보드 중앙에는 7인치 터치 스크린을 배치해 내비게이션, 오디오, 전화, 차량 세팅 등 차내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기능적인 매력이 큰 편은 아니지만 미니밴으로 갖춰야 할, 그리고 사용자가 기대하는 수준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시트 크기 자체가 큰 편은 아니지만 일상 및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시트를 마련했다. 여기에서 느낄 수 있는 넓은 개방감에 걸맞은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 덕분에 뛰어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1열 공간에는 2열과 3열의 탑승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컨버세이션 미러가 자리해 공간 내 커뮤니케이션에도 힘을 실었다.
한편 2열 시트는 독립으로 조절할 수 있는 3개의 시트를 통해 탑승자가 자신의 체형, 3열의 탑승 및 수납 상황에 따른 최적의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1열 등받이 시트에 적용된 테이블도 매력적이다. 한편 3열 공간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손 쉽게 적재 및 사용이 가능한 점과 좌우의 시트가 모두 독립되어 움직인다는 점 등을 강점이라 말할 수 있다.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기본적으로 645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하면 다소 아쉬운 공간에 머무른다. 대신 2열과 3열을 모두 접을 경우 최대 2,181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짐을 옮길 때 무척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120마력으로 구현된 미니밴의 드라이빙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체격에 비해 다소 의아스러운 파워트레인 조합을 갖추고 있다. 실제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20마력과 30.6kg.m의 토크를 내는 1.6L 블루HDi 디젤 엔진이 EAT6로 명명된 자동 6단 변속기가 자리한다. 비슷한 체격의 미니밴들이 적게는 2.0L, 크게는 4.0L에 육박하는 엔진을 탑재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를 통해 시트로엥이 디젤 엔진의 토크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럴까? 그랜드 C4 피카소는 미니밴이라는 차량으로서는 정말 매력적인 14.2km/L의 복합 공인 연비를 확보했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3.2km/L와 15.6km/L다.
가볍지만 여유롭게 즐기는 미니밴
그랜드 C4 피카소의 시승을 앞두고 그 누구도 주행 성능이나 다이내믹한 주행 감성에 초점을 맞출리가 없다. 애초에 그러는 게 당연한 것이다. 차량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있어서 주행 성능이나 출력 경쟁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트로엥 스스로도 그랜드 C4 피카소는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미니밴을 추구하며 '주행 성능에 대한 거론'은 일절 없다. 하지만 늘 기대보다 그 이상의 여유와 만족감을 선사하는 PSA의 차량에 다시 한 번 기대감을 더하며 시승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120마력과 30.6kg.m의 토크는 미니밴으로서는 우수한 수치는 아니다.
애초에 기대감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주행을 시작하면 제원 상 수치보다 더 주행 성능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블루HDi 디젤 엔진이 가진 특유의 매끄러운 질감이나 출력 전개에서의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어 주행 과정에서의 만족감이 상당했다.
배기량이 작은 엔진을 탑재하고 있기 떄문에 속도를 높였을 때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니밴이 달려야 할 영역에서는 제 몫을 다한다. 애초 미니밴이 초고속으로 질주할 이유가 없으니 이 정도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에는 EAT6 6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이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을 바탕으로 어떤 주행 상황에서 편안하고 세련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그 덕에 그랜드 C 피카소는 이전의 시트로엥과 달리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있는 패들시프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편하고 즐겁게 차량을 다룰 수 있도록 해 '다루기 쉬운' 차량으로 거듭났다.
차향의 움직임은 시트로엥 고유의 감성이 돋보인다. 미니밴에 기대하는 이상의 경쾌하고 기민한 스티어링 휠 조향감과 반응을 선보이며 다루기 좋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여기에 앞서 말한 넓은 시야까지 더해지니 그 누구다로 쉽게 다루고, 적응할 수 있는 차량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달리기 상황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에 있다. 보통의 MPV의 경우에는 롱 스트로크 세팅에 부드러운 댐핑, 충분히 롤링을 허용해 탑승자의 안락함을 추구하는데 반해 그랜드 C4 피카소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을 갖췄지만 기존의 차량에 비한다면 조금 더 타이트한 느낌을 주며 주행 한계가 상당한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그랜드 C4 피카소의 서스펜션이 견고하거나 또 우수한 패키징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지만 편안한 드라이빙은 물론이고 제법 경쾌하면서도 높은 템토로 주행을 하더라도 운전자가 부담을 느낄 일이 크지 않아 '프랑스 차량'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한편 시승을 하며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의 효율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30분 넘게 자유로를 달린 그랜드 C4 피카소의 트립 컴퓨터에는 총 50km의 주행 거리와 87km/h의 평균 속도 그리고 공인 연비는 물론이고 여느 디젤 소형차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25.6km/L의 평균 연비를 확인할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좋은점: 패밀리 미니밴이 갖춰야 할 여유, 승차감 그리고 효율성
아쉬운점: 카니발이라는 거대한 장벽
국내 미니밴 시장은 말 그대로 카니발이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의 입지나 존재감이 돋보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랜드 C4 피카소는 미니밴으로서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자동차로서의 매력'까지 갖추고 있어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판매를 이뤄내고 있다.
특별하지만 또 편안한 미니밴을 찾고 있다면 그랜드 C4 피카소 또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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