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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여친 음해글ㆍ불법영상 올라오자… 덮어놓고 가해자 응원한 네티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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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여친 음해글ㆍ불법영상 올라오자… 덮어놓고 가해자 응원한 네티즌들

입력
2018.11.25 09:46
수정
2018.11.25 13:3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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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 ‘리벤지 포르노’에 당한 여성 A씨

남친 소속 커뮤니티 회원에게 2차가해 당해

이후 사귄 남성까지 옛 남친 범행에 동조

B씨가 4월 불법 영상 유포 범행 직전 옛 여자친구 A씨에게 보낸 최후 협박 메시지. 독자 제공
B씨가 4월 불법 영상 유포 범행 직전 옛 여자친구 A씨에게 보낸 최후 협박 메시지. 독자 제공

#올해 4월 여성 A씨의 지인 100여명에게 낯선 문자가 날아들었다. 이 문자에는 “AOO씨와 함께 하시는 분은 알아둘 필요가 있는 자료입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링크가 전해졌다. 해당 게시판에는 A씨를 ‘불륜녀’로 묘사하는 소설과 사진이 있었고, 성관계 영상 20여편도 올라왔다. “나머지 영상은 1년 후 다시 공개될 예정이다”라는 협박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A씨의 사적 인간관계는 물론 회사관계까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A씨는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알고 보니 이 일은 예전부터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말해 온 옛 남자친구 B씨의 짓이었다. A씨는 협박에 못 이겨 B씨와 3년 넘게 관계를 유지했고, “부모님께도 보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B씨가 혼인신고 몇 달 만에 돌연 이혼을 요구하더니, 다시 찾아와 재결합을 요구해 거절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A씨는 “영상 유포를 막기 위해서라면 혼인신고가 아닌 사망신고라도 할 수 있었다”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헤어진 애인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비동의 음란물 유포(리벤지 포르노)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범죄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피해자들이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법원에서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불법촬영 사건 피해자인 A씨 또한 끈질기고 잔인한 2차 가해에 시달렸다.

24일 한국일보가 피해자 A씨 의 진술 및 경찰 등의 조사 결과에 근거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B씨가 성관계 영상을 올린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범행 전 과정에 걸쳐 가해자 B씨 편에 섰다. “대학생 때 임신을 했다가 낙태한 적이 있다”, “결혼 도중에도 불륜을 저질렀다” 등 B씨가 지어낸 글만 믿고 피해자인 A씨를 비난했고, “돈 모아서 표창장이라도 해드려야겠다”며 B씨를 응원했다.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성범죄 피해자를 향해 2차 가해가 집중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A씨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B씨를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의 2차 가해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B씨가 구속됐다는 소식에 “구속은 좀 너무하지 않나” “힘내세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 B씨를 응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여자가 쓰레기 짓을 하고 복수심에 그런 것 같다”면서 A씨를 탓하는 2차 가해도 이어졌다. 심지어 유죄 판결이 나온 이후 A씨의 영상을 다른 사이트에 추가 유포한 이들도 있었다.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판결 선고 이후 A씨의 영상을 추가 유포한 네티즌 5명을 입건하고, 추가적인 영상 유포 범죄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B씨가 불법 영상 유포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진 5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B씨를 응원하는 모습. 해당 커뮤니티 캡처
B씨가 불법 영상 유포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진 5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B씨를 응원하는 모습. 해당 커뮤니티 캡처

2차 가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찰 수사에서 다른 가해 남성이 영상 유포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남성은 다름 아니라 A씨가 B씨와 헤어진 이후에 만난 남성 C씨였다. 그는 B씨가 자신에게 찾아와 성관계 영상을 보여주며 A씨를 ‘불륜녀’로 몰자, 자신도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몰래 B씨에게 제공해 유포되도록 했다.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C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고 곧 송치할 예정이다.

A씨는 법정에서도 2차 가해를 겪었다고 주장한다. 1심 공판에 출석했을 당시 상대방 변호사가 “어쨌든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은 사실 아니냐, 불륜이 맞지 않냐”면서 압박을 가해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A씨는 “어차피 신고해봤자 벌금이나 집행유예 정도라고 들었다”면서 “법이 성범죄 피해자의 편에 서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6년간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1심 판결 중 실형 선고는 8.7%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달 1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A씨의 호소를 받아들여 B씨에게 ‘동의된 촬영’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했다(한국일보 10월 11일자 10면). 법원은 “헤어진 배우자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는 것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로서 피해자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회적인 삶을 파괴하고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 피해가 심대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유리한 정상으로 “이 사건 범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 징역인 점”을 언급할 정도로 B씨의 범행이 심각하다고 봤다. 차마 법정에 나오지 못했던 A씨는 선고 결과를 듣고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 내렸다.

“몰카 처벌을 강화하고, 2차 가해행위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6일째인 24일 현재 참여자 수 15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몰카 처벌을 강화하고, 2차 가해행위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6일째인 24일 현재 참여자 수 15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형이 무겁다는 B씨의 항소로 다음주 수원지법에서 2심 첫 공판이 열린다. A씨 측은 “몰래 찍힌 사진도 추가로 확인했고, 모든 것을 망가뜨린 범죄에 3년 형은 가볍다”면서 최고 5년 징역형이 가능한 ‘부동의 촬영’ 범죄로 추가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할 계획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촬영 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 촬영 범죄를 처벌하고, 촬영대상자가 식별 가능한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에 처하도록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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