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수천억 달러가 날아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그간 기후변화의 영향력이 거짓이라고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2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13개 미 연방기관들은 공동으로 펴낸 1,600쪽 분량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파괴력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드는 비용은 연간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어느 하루, 또는 일주일 정도의 극한 기온에 의해 부인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구체적으로 미 남동부 지역에서는 2100년까지 무더위 때문에 2,100시간의 노동 시간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부들은 가뭄, 홍수, 무더위 때문에 특히나 어려운 시간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현재 옥수수 생산량의 75% 이하만 생산될 것이며, 남부 지방은 콩 수확량의 25% 이상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개류의 경우 이미 진행되고 있는 바다 산성화로 인해 21세기 말까지 2억3,000만 달러(약 2,604억7,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더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 중서부 지역의 경우 2090년까지 매년 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뎅기열 등 모기로 인한 질병 등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환경정보센터 데이비드 이스털링 국장은 “지구의 평균 온도는 현대 문명의 경험보다 훨씬 더 높고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이라는 각종 연구 결과가 ‘거짓(hoax)’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2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추수감사절 한파를 언급하며 “지구 온난화가 어떻게 된 거냐?”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