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본명 민훈기로 Mnet '슈퍼스타K 3'에 출전해 생방송까지 진출했던 빈센트는 2016년부터 새로운 이름과 함께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는 JTBC '뷰티 인사이드'를 비롯한 세 편의 드라마 OST 발매부터 첫 유료 공연 개최까지 의미 있는 행보를 걸어왔다. 색깔 있는 싱어송라이터 빈센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장 최근에 많은 이들이 들어본 빈센트의 목소리는 '뷰티인사이드' 오프닝 타이틀곡이다. 로맨스 장르와 어울리는 발랄한 분위기의 노래는 빈센트에게 오히려 새롭게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빈센트가 평소 쓰고 부르던 곡과 다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큰 사랑과 스펙트럼의 확장을 가져왔다.
"제 노래는 백이면 백개 모두 밤에 듣기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감성적이고 우울해요. 그래도 '뷰티인사이드'와 앞선 MBC '이리와 안아줘', '시간' OST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쌓은 것 같아 좋아요. 빈센트로서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해왔는데, OST 작업을 통해 스스로의 창작의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실 빈센트는 미국 드라마 '안투라지', 영화 '대부', '히트'의 주인공들 이름에서 따온 운명 같은 이름이다. 민훈기에서 빈센트로 활동명을 바꾸며 전환점을 삼은 것도, 빈센트의 음악이 모두 경험적인 내용에서 나오는 것도 특별한 마음가짐과 연관된다. 솔직한 빈센트의 이야기와 여기 공감해주고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좋은 음악을 만든다.
"본명으로 활동할 때는 공백이 2년 정도 있었어요. 그 때쯤 백혈병을 앓고 계시던 한 팬 분이 제 노래를 듣고 힘을 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그 팬 분은 지금 몸이 많이 좋아져서 결혼하셨는데, 정말 뿌듯하고 고마웠어요."
노래의 메시지가 이렇게 시작된다면, 테크닉은 조금 더 다양하다. 특히 공연에서 빈센트의 진가가 드러난다. 루프스테이션을 사용해 현장에서 코러스를 쌓고 여러 가지 소리를 만들면서 매 라이브마다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 음원과 또 다른 느낌의 공연을 구성할 수 있다는 건 빈센트의 아이덴티티이자 관객들의 가치를 뜻한다.
"공연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제 음악의 매력은 비주류라는 거예요. 주류 음악을 즐기는 분들도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을 때 빈센트를 찾아주세요. 사실 제가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거든요. 요즘에 EDM과 전자 사운드가 유행을 타니까 제 음악에서는 전자악기를 쓰지 않고 어쿠스틱한 소리를 내고 싶어졌어요."
비주류지만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빈센트는 꾸준히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고, 꾸준히 리스너를 늘려가는 중이다. 배우 유승호, 이현우, 하이라이트 이기광, 비투비 서은광 등 친분이 없는 연예인들이 빈센트의 음악을 추천하기도 했다. 빈센트도 음원 사이트 리뷰창 등을 통해 이런 반응을 보고, 나아가 감동을 받기도 한다는 후문.
"처음에는 특이해서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가사에 은유를 많이 써서 내용을 숨기는 편인데, 어떤 분들은 도리어 제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진 해석을 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위안부와 독립군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보고 쓴 '그 날'에 해군의 가족 분께서 공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키워가고 있는 빈센트가 송라이팅을 시작한 건 빈센트로 이름을 바꾸면서부터다. 이제 막 3년차가 된 만큼 날 것 느낌을 담거나, 단순한 음악적 구성과 복잡한 가사의 어우러짐으로 '초심자의 행운'을 누리고 있다. 단 머릿속으로 완전히 상상을 끝내고 곡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완성도는 믿고 들을 수 있다.
"아직 제 스타일을 못 찾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제가 저 자신을 더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20대 후반에 곡을 쓰기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막연하게 제게 취해서 살았거든요. 지금은 오히려 자신감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지금 제 나이, 감정, 그냥 제 모습이 좋아요."
30대의 빈센트는 바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내달 3일 디지털 싱글 '해바라기'를 발표하고, 내년 2월 발매를 목표로 생애 첫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해바라기'에 대해 "2000년대 초반 느낌이 나는 발라드"이자 "정규앨범 전에 내는 마지막 실험적인 음악"이라고 소개한 빈센트이기에 정규앨범에 담아낼 스토리텔링에 더 기대가 모인다.
"여태까지 하고 싶었던 걸 했다면, 정규앨범에서는 확실히 저라는 사람을 알려주고 싶어요. 대다수를 신곡으로 채울 예정이고, 스타일은 여럿일 수 있지만 콘셉트와 색깔이 확실할 거예요.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언젠가는 '10집 가수'로서 정규 10집을 갖고 싶어요. 단독 공연에 대한 욕심도 최근에 많아져서 다양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앞두고도 빈센트는 음원 순위에 욕심을 내기보다 언젠가 있을 역주행을 기다리며 "유행 타지 않는, 빈센트 만의 스타일을 고수한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 감성적인 노래로 "연말을 함께 보내고 싶은 남자 가수"로 꼽히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빈센트란 사람이 묻어나는 음악이 겨울을 감쌀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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