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관련 첫 예외 인정… 연내 착공식 가시권
성의 보인 美… 북미 고위급회담 조기 성사에도 호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의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를 대북 제재 예외로 인정했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한 첫 제재 면제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측의 대북 비핵화 반대급부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한 차례 연기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외교부는 24일 “정부가 그간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관련해 추진해 온 안보리 대북제재위와의 협의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정부는 주요 남북관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북 제재의 틀을 준수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고, 이번 절차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각종 물품의 대북 반출에 대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적용을 면제해 달라고 신청했고, 이에 대북제재위가 23일(현지시간)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대북제재위는 전원동의(컨센서스)로 운영되는데, 우리 정부의 제재 면제 요청에 대해 어떤 이사국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위의 이번 조치는 구체적인 남북 경협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뤄진 사실상 첫 제재 면제다. 그간 제재위의 제재 면제 조치는 특정 이벤트와 인적 왕래 등으로 제한돼 왔다. 올 2월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노동당 부위원장)이 북측 고위급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할 북측 관리들에 대해 올 5월에 일시적 제재 면제를 승인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제재위 조치로 이달 중 남북 철도 공동조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과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빠르면 이달 중”이라고 밝혔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됐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연내 착공식의 가능성도 커졌다.
남북은 지난달 고위급 회담 때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0월 하순 경의선 철도에 대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대북 제재 문제 등으로 일정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남북 도로ㆍ철도 연결 사업이 본격 추진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제재 면제가 공동조사에만 국한된 제한적 조치여서다. 공사가 시작돼 북측으로 남측 물자ㆍ장비가 넘어갈 경우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한다.
이번 면제 조치에는 대북 협상용 성격도 있는 듯하다.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여전히 확고한 미국의 동의가 동반됐다는 점에서다. 고위급 회담 일정이 조율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에 일정 부분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북미는 당초 이달 8일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비핵화 방안과 함께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막판에 후속 일정 합의 없이 연기됐다. 미측의 이달 말 개최 제안에 북측이 확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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