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패턴 분석해 예방하는 AI 기술 속속 등장
인신매매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범죄 중 하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4,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인신매매로 강제 노동, 현대판 노예제 등 불법 착취의 희생되고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 중 20%가 어린이로, 이는 세계 어린이 인구 1,000명당 5.4명에 달하는 비율이다.
주로 국제적 범죄단체들이 행하는 이 같은 끔찍한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이 도입된다. 범죄단의 이동경로부터 납치 장소, 운송수단을 분석한 AI가 인신매매 발생 전 범죄를 미리 차단하는 쪽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범죄 유형 학습해 이동경로 예측
24일 IBM은 자사 AI 플랫폼 왓슨을 활용해 인신매매 예방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 STT, 국제은행 웨스턴 유니언, 통신사 리버티 글로벌, 유럽형사경찰기구 유러폴, 대학기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등과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데이터 공유 허브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허브에서 왓슨은 매일 수천 건 이상의 인신매매 사건을 분석하고 지역, 인구 통계학적 특징과 범죄단체가 이용하는 운송수단, 언어 사용 특성 등을 학습한다.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능으로 인신매매가 발생하는 조건, 관련 뉴스 등을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특정 패턴을 알아내 범죄 예측에 사용한다는 게 IBM의 설명이다.
기예르모 미란다 IBM 사회공헌 사업부 부사장은 “이번에 구축된 허브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인신매매와의 싸움에서 커다란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며 “AI 기술을 활용해 모두가 힘을 합쳐 전 세계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고통 받아 온 범죄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한 사회’ 위한 AI 속속 등장
최근 SK텔레콤은 법무부와 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로 안전한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한 전자장치 고도화 및 범죄예방 시스템 첨단화 △출소자 및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방지활동 공동 추진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우선 범죄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전자장치 및 시스템을 구현하고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범죄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성폭력과 살인 등 강력범죄자의 재범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일규 SK텔레콤 IoT/Data 사업부장은 “이동통신 기반 위치 정보 활용 역량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불법 촬영물(몰카) 등 음란물의 유통 현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차단하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ETRI는 2017년부터 AI, 빅데이터 기술로 영상의 음란성을 분석ㆍ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내년에는 20억2,0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 인터넷 스트리밍 등 동영상에도 적용 가능한 음란물 차단 기술을 개발한다. 콘텐츠가 단말기에서 인터넷 서버로 업로드되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ETRI는 CCTV에 AI를 적용, 쓰레기 무단 투기 행위를 잡아내는 기술도 개발해 서울 은평구 등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동원 ETRI 소프트웨어(SW)콘텐츠연구소장은 “다양한 AI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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