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낸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가 “잘못된 의결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탄핵 필요성에 대해 전체 법관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 투표나 설문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23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지난 19일 법관대표회의의 ‘법관 탄핵소추 검토’ 의결에 대해 “수사도 끝나지 않았고, 재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제대로 된 증거 한 번 살펴보지 않고 겨우 두 세시간 회의 끝에 유죄로 평결해 버렸다.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나쁜 사법파동”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연루 판사에 대한) 유죄 평결로 관련 사건을 배당 받은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하더라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법관들에 대한 탄핵 의결은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로, 그러한 의결에 이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그는 “법관들에 의한 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이 필요한지, 나아가 탄핵으로 의결된 법관들에 대해 진정 그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며 “법원이 나서서 그 권한을 행사하라고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출석자 114명 중 105명이 투표에 참석,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 결과에 따라 투표자 과반으로 연루 판사에 대해 ‘국회가 연루 판사 탄핵 소추를 검토하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영한 전 대법관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차한성ㆍ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피의자 신분인 세 번째 전직 대법관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 유출 의혹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법률신문 기사 대필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 십여 개의 범죄사실에서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묶여있다. 고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행위로 인해서 사법부를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우리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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