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인 삼성… ‘반도체 백혈병’ 11년 논란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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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숙인 삼성… ‘반도체 백혈병’ 11년 논란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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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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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반올림’과 협약 서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에 근무하다 백혈병 등 질병에 걸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지속돼 온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질병에 걸린 피해자들에게 건넨 공식 사과로, 연내 보상 절차도 시작한다. 2007년 고(故) 황유미씨 사망 이후 불거진 논란이 무려 11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머리 숙인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가졌다. 지난 1일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하고, 앞으로의 보상 등 이행을 합의한 협약서에 서명 하는 자리였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았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피지 못했다”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병으로 고통 받은 직원들과 그 가족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와 피해자 및 가족 등 20여명도 참석했다.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정부, 공공기관 관계자와 심성정 정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ㆍ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자리했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오늘의 사과를 삼성전자의 다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하지만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삼성이 모든 직업병 노동자들을 위한 폭넓은 보상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협약식에서 새롭게 발표된 내용은 3가지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합의한 보상업무를 위탁할 제3기관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기탁할 기관 등이다. 보상업무는 법무법인 지평으로 정했고, 조정위원장을 맡아 중재안을 만든 김지형 전 대법관이 지원보상위원장을 맡는다.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한다.

◇향후 보상 과정서 갈등 소지도

11년 만에 분쟁에 마침표를 찍게 된 건 최근 보상범위 확대에 양측이 합의하면서다. 중재안에 따르면 보상 범위는 ‘삼성전자의 최초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과 사내협력업체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이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 17일부터 2028년 10월 31일까지’로, 그 이후는 10년 후인 2028년에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지원보상 범위는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으로 지금까지 반도체 백혈병 사태에서 논란이 된 암 중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이 포함됐다. 보상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000만원,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원과 100만원이다.

삼성전자는 내달부터 보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넘어야 할 산들도 있다. 개별 피해자를 상대로 판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고, 발전기금 활용 방식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진 않았다. 황 대표 요구대로 삼성전자 외 계열사 피해 보상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산업재해 보상 관련 후속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통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첨단산업에서 선제적 예방 시스템과 피해자 조기 발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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