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인 ‘반올림’은 7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키로 합의한 데 따라 23일 ‘중재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는 입장을 냈다.
중재안 피해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이후 반도체나 LCD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와 사내 협력업체 현직〮ㆍ퇴직자 전원이다. 보상대상 질병은 반도체 〮LCD 산업병 논란을 빚은 백혈병 등 16종의 암이다. 보상액은 근무장소, 근속기간, 질병 정도 등에 따라 최대 1억5,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500억 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을 출연키로 했다.
그동안 반올림 소속 피해자만 50명이 넘는 등 관련 질병을 산업재해로 볼 정황은 충분했다. 하지만 인정받기까지 길고 고단한 ‘투쟁’이 있었다. 고3 때 반도체공장에 취직해 일하던 고 황유미씨가 20개월 만에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게 2007년 3월이다. 그 일을 계기로 반올림이 결성됐다. 2014년 8월엔 고 황유미씨 등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듬해 조정위 중재안이 나왔다. 하지만 보상업무의 주체 및 피해자 지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중재안이 무산되면서 1,023일에 걸친 반올림의 노숙농성이 진행된 끝에야 최종합의가 도출됐다.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각오를 다질 수 있게 됐다. 반올림은 진전된 합의로 국내 직업병 문제 해결의 새 장을 여는 뜻 깊은 성과를 이뤄 냈다. 이번 합의는 기업 경영이 아무리 절실해도 근로자 안전과 건강 보장이 담보돼야 한다는 당연한 전제를 확인한 것이다. 이번 사례가 산업현장에서 미해결 상태인 유사 직업병 문제를 보다 진전된 기준에 맞춰 풀어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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