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범 교육부 신임 차관
2014년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때
“역사에 죄 짓는 일” 靑에 반기
좌천후 부교육감때 강제 사표
2년6개월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다 쫓겨난 박백범(59) 전 성남고 교장이 교육부 신임 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에 죄 짓는 일’이라는 신념을 밝혔다가 청와대에 등 떠밀려 ‘강제 사표’를 낸 뒤 약 2년 6개월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 후임으로 박백범 전 세종시 성남고 교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교육부 핵심 보직을 역임했고 학교 현장에서 고교 교장으로 근무한 교육 전문가”라며 “풍부한 교육행정 경험과 현장감을 바탕으로 첨예한 교육 현안을 국민의 기대에 맞춰 균형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신임 차관은 정통 교육부 관료다. 행정고시(28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비서실장,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교육부의 대학지원실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특히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됐고, 2011년에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는 등 특정 정치적 성향에 얽매이지 않고 무난한 업무 처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승승장구 하던 그는 2014년 청와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문에 반기를 들었다가 정부의 눈 밖에 났다. 당시 교육부 3인자인 기획조정실장이던 박 차관은 역사에 죄 짓는 일이라며 현행 검정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차관은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윗선’에 이런 의견을 수 차례 전달했다가 같은 해 12월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좌천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가 대학지원실장이던 2013년 터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문제 오류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지만 관료들은 “이유를 위한 이유일 뿐”이라고 평했다.
교육부 밖으로 쫓겨났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일한 1년 6개월 남짓한 기간 총 4차례 사표를 요구 받았다. ‘찍어내기’ 위한 움직임은 집요했다. 교육부 직원이 사표를 써 달라며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입국장에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2016년 강압에 의해 써낸 사표가 수리되면서 그는 34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박 차관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최근까지 세종시에 위치한 사립고인 성남고 교장으로 재직해 왔다. 교육부 청사가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곳이다. 해당 학교 게시판에는 “본교 교장 선생님(박백범)께서 앞으로 더 큰 대사를 앞 두시고 본교를 오늘 11월 1일부로 퇴임하셨습니다”라고 나와 있어 이미 지난달 차관 임명이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 박 신임 차관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워낙 막중한 여러 가지 일이 앞에 놓여 있어서 마음이 무겁지만 하나하나 헤쳐가겠다”며 “지금 교육계 문제는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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