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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 “착한 떡갈비로 시장 북적이길… 꿈 실현하는 지금이 직장생활보다 행복”

입력
2018.11.25 17:00
수정
2018.11.25 21: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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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서 꿈 찾는 청년상인 <하>

명일전통시장 거인떡갈비 배민수 대표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서 `거인떡갈비`를 운영하는 청년상인 배민수씨가 자신이 직접 제조한 떡갈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서 `거인떡갈비`를 운영하는 청년상인 배민수씨가 자신이 직접 제조한 떡갈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업을 택한 청년들 대부분은 벤처기업을 차리려 하지만, 전통시장을 창업 무대로 선택한 청년들도 있다. 전통시장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청년 창업자 2명을 만나 2회에 걸쳐 그들의 창업 스토리와 애환, 미래의 꿈 등을 들어봤다.

“새벽에 출근해 별을 보고 퇴근 해도 월급 받아 집세, 공과금 등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건 10만원이 채 안 되더라고요.”

청년상인 배민수(27)씨는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서 떡갈비를 만들어 팔고 있다. 190㎝가 넘는 큰 키에 어울리게 ‘거인떡갈비’라는 상호의 점포를 운영하는 그는 “직장 생활을 해봤는데 행복하지도, 별다른 희망도 보이지 않아 과감히 장사에 내 미래를 걸었다”고 말했다.

장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배씨가 무작정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음식 장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꾸리고 이들과 함께 장사 아이템을 정하고 판매할 곳을 직접 돌아다녀 보는 등 충분한 사전연습 기간을 가졌다.

“각 지방에서 하는 지역축제에 여러 번 나가 다양한 음식을 팔고 완판도 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점차 갖게 됐어요. 충분한 실전경험이 쌓였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나섰습니다.”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서울시내 전통시장에서 자신의 점포를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점포를 낼 만한 돈이 수중에 없었다는 것이다.

“돈은 없었지만 창업 준비를 위해 시장 조사는 꾸준히 나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청년상인을 육성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그 자리에서 지원을 했습니다.”

음식 장사에 대한 그의 열정과 다양한 경험은 해당 사업 평가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배씨는 청년상인 육성사업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그 후 창업교육과 임대료 등의 지원을 받아 올해 1월부터 명일전통시장에서 거인떡갈비를 운영하고 있다.

배씨는 사업 초기 떡갈비를 납품 받아 판매하다 ‘이래서는 성공할 수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신만의 레시피로 직접 떡갈비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배씨가 내세우는 거인떡갈비의 장점은 조미료나 화학성분의 방부제가 일체 들어가지 않은 ‘착한음식’이라는 것이다. 또 양파, 마늘, 후춧가루 등의 양념을 모두 곱게 갈아 가루로 넣기 때문에 떡갈비의 점성이 높아져 씹는 맛도 좋다고 설명했다.

“100% 국내산 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하고, 24개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특별 레시피로 양념도 직접 제조해요. 맛 평가를 위해 전국에 유명한 셰프와 요리 전문가님을 찾아가 조언을 듣고 부족한 점은 다시 연구해 떡갈비 맛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게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기대 만큼의 매출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배씨는 실망하지 않고 월 1,000만원 매출 목표를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월 매출은 500만원 정도로 아직 많지 않지만 최근 단골 고객이 늘어나는 등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요. 젊다는 강점을 살려 SNS 홍보 등을 통해 마케팅을 더 강화할 예정입니다. 거인떡갈비 때문에 명일전통시장에 사람이 북적인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배씨는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청년도약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점포 외관 리모델링, 추가 메뉴 선정 작업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떡갈비와 어울릴 추가 메뉴도 판매하고 점포 외관도 새롭게 꾸미면 더 많은 손님이 찾아 올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배씨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온라인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떡갈비 도시락 세트’를 만들어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더 큰 규모의 식품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시장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가끔 외롭기도 하지만 이러한 꿈이 있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이 직장 생활 할 때보다는 훨씬 행복합니다. 목표한 바를 이뤄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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