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전직 대통령 부인을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해 수억원을 뜯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남경찰청은 지난 11일 전ㆍ현직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낸 A(49ㆍ여)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한 뒤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광주와 전남지역의 전직 자치단체장 10여명에게 자신을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고 소개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윤 전 시장으로부터 4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윤 전 시장에게 직접 전화까지 걸어 경상도 억양으로 대화도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현직 대통령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까지 사칭해 지역 유력인사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정치인 선거운동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일부 정치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전직 자치단체장들은 A씨의 행동을 의심하고 연락을 피했지만 윤 전 시장은 A씨에게 속아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4억5,000만원을 A씨의 딸 통장 등으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A씨와 전화통화 후 사기를 의심한 유력인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A씨와 관련된 계좌를 압수 수색해 피해를 밝혀냈다. A씨는 휴대전화 판매 일을 하고 있으며 사기 등 전과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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