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국정과제위원회ㆍ대통령자문위원회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앞서 모두 발언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연대’는 대표적인 진보 진영의 언어다. 학생운동의 노선 중 민중민주(PD) 계열이 내세우는 기치 중 하나가 ‘차이와 연대’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정치권, 그것도 우파에서 연대 주장이 나온다. 아직도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한 ‘반문연대’(反문재인연대) 얘기다.

◇이제 총선이니까

한마디로 텐트를 치자는 뜻이다. ‘반문이라는 텐트를 크게 쳐서 그 안에 다 모이자.’ 왜? 총선이 1년 반도 남지 않았다.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결과는 뻔하다.

보수ㆍ우파 진영은 ‘박근혜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졌다. 그러니 ‘문재인 진영’에 반대하는 세력이 모여 ‘일대일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반문 텐트’를 치면, 바른미래당 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탈당파에 이언주라는 신보수를 자처하는 세력까지 합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적이 있어야 뭉치지

‘공공의 적’을 만들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반문연대 주장은 한국당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당은 내부 사정이 무척 복잡하고 소란하다. 아직도 당내에서 ‘친박’과 ‘비박’이 대립한다. 심지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탄핵 책임론’이 거론되는 마당이다. 이런 때 외부에 큰 적을 하나 상정하고 전선을 그으면, 내부를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내홍이 스멀스멀 생길 때 곧잘 쓰는 수법이다.

한국당이 야당이 된 이후 심심찮게 내놓는 ‘국회 보이콧’이나 ‘장외투쟁’ 카드가 대표적이다. 바른정당에 몸 담았다가 복당한 한국당 의원의 말이다. 올해 4월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문재인 정권 헌정농단 무기한 철야 농성’을 하던 때다. “복당한 뒤에 어울릴 기회도 없고 서먹했는데 천막 안에서 의원들과 매일 뭘 하겠나. 그러다 보니 친해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더라. (웃음)”

◇그런데 성공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5당 원내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ㆍ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김성태 자유한국당ㆍ김관영 바른미래당ㆍ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대선 때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추종 세력과 새누리당 탈당파가 ‘반문 빅텐트’를 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심지어 지금은 구심이 될 만한 인물조차 없다.

바른미래당 내 의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이런 때 ‘반문연대’는 되레 반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나 진영의 위상만 공고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말하는 순간, 진 게임이다. 아니라면 만들어놓고 결성 사실을 알리면 됐을 것이다. 안되니까 자꾸 ‘반문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부터 하는 거다.

◇친박연대 하나로 족해

그런데 이념이나, 가치, 철학으로 뭉치는 게 아닌 특정 인물에 반대하는 세력의 연대라니. 게다가 그 반대의 대상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그 연대체는 어떻게 되나? 이런 연대는 한국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웃음 거리로 전락한 ‘친박연대’(親박근혜연대) 하나로 족하다.

하긴 정치권에서 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건 아니다. 궁여지책으로 ‘이거라도…’ 하는 심정이거나, 다음 단계의 전략을 위한 포석 중 하나로 깔아두기도 한다. 보수ㆍ우파 진영에게 그런 묘수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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