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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국형 신농업을 만들자.

입력
2018.11.24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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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 이후 농업도 변혁의 시대에 들어섰다. 신구 문명이 그러하듯 수용하는 자와 거부하는 자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린다. 농업도 생산, 가공, 유통, 서비스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즉,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인공지능으로 정교하게 분석되어 신속히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으로 진화한다.

설상가상으로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한국농업은 저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1995년 이후 농가당 농업소득은 농업경영비의 지속적 증가로 정체하고 도농소득 불균형은 1989년 이래 점점 커져 간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농업생산액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일례로 FTA 이전인 1992~2003년에는 평균 4.0% 증가했지만 2004~2015년까지는 평균 1.9%의 성장에 그친다.

4차 산업혁명은 고령화, 농업경쟁력 약화, 기상이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농업 종사자의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농민을 농촌에서 몰아내는 요인인 고용 감소와 퇴출도 우려된다. 특히 영세 가족농의 해체와 이 자리에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농업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농업 선진국들은 어떤 대안을 가지는가.  모두들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농업 재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다. 디지털 기술로 농업의 모든 것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향후 2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학자들은 예상한다.

사례로 대만의 30대 연구자 2명이 창업한 새로운 농업벤처회사(Aidmics Biotechnology사)는 IoT 기술을 접목하여 종돈의 선발, 도태 검사 등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빅데이터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 IoF2020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유럽의 화훼, 축산 등 농식품 전 영역에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빅데이터를 수집ㆍ활용ㆍ분석해 숫자에 근거한 농업을 전개한다. 오스트리아의 스막텍(smaXte)은 센서가 내장된 소형 기기를 젖소의 체내에 삽입하여 질병과 건강상태 등을 개체별로 모니터링하면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한다. 앞으로 개별 가축의 정보와 지역별 기후정보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할 예정이다.

20년 뒤 농업은 두 개의 카테고리로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는 ICT를 활용한 농업의 효율적인 생산이다. 생산-가공-유통-판매-브랜드라는 농업 가치사슬에 비용절감과 편리한 생산이 가미된다. 또 생산의 정밀화와 기능화, 경영혁신이 수반돼 저비용 고효율의 농업 현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 기반과 디지털, ICT로 무장한 신인류가 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구인류가 농촌에서 살아나갈 방안으로 편리성과 친절, 도시 소비자와 공생하는 방안이다. 관광, 어메니티(amenity), 서비스, 문화를 도시민에게 제공하는 축제와 이벤트 공간을 농산어촌에 만드는 방안이다. 농촌생활의 재미와 감동, 심미성을 증대하고 도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삶의 질과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여유를 찾는 생활이다. 도시 소비자는 시골에서 만족과 여유, 편안함을 느끼면서 충전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것이다. 귀농산어촌인은 후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어쨌든 우리의 판단 유무가 아닌 인류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고 이것에 적응 여부에 따라 삶과 가치가 변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령농이나 영세농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개방형 농업 플랫폼(Open Farm Platform) 구축을 통한 농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소농의 기술교육, 비용저감,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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