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ㆍ일본 르노-닛산 경영권 싸움 본격화
일본 닛산(日産)자동차가 22일 소득 축소신고와 회사 자금 사적 유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닛산은 이날 오후 요코하마(橫浜)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로써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을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부활시키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곤 체제도 19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선 곤 회장과 공모혐의를 받고 있는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의 해임안도 처리됐다. 두 사람은 각각 회장직과 대표직을 잃지만,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들을 이사회에서 완전히 제외하려면 전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닛산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두 사람의 제외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약 4시간에 걸친 이사회에선 곤 회장의 체포 경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고, 후임 회장에 대해서는 다음달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전했다. 또 닛산은 회장 해임과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독립된 제3자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절차를 3명의 사외이사에게 위임키로 했다.
닛산은 곤 회장이 체포된 지난 19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그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등 복수의 중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사회에 해임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곤 회장은 2011~2015년 자신의 실제 보수보다 총 50억엔(약 500억원) 정도 적게 기재한 유가증권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았고, 체포 이후에도 스톡옵션 소득 미신고 등 추가 의혹들이 일본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제기됐다.
반면 프랑스 회사인 르노는 지난 20일(현지시간)에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곤 회장의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직 해임과 관련한 조치를 보류했다. 당시 르노의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거, 일본 검찰의 체포로 곤 회장을 해임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회장은 그간 닛산의 실적을 브이(V)자로 회복시킨 '카리스마 경영자'로 평가 받아 왔다. 닛산 회장에 취임한 첫해인 1999년 6,843억엔(약 6조8,430억원)에 이르렀던 적자를 1년 만에 3,310억엔(3조3,100억원)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그가 이끈 닛산과 미쓰비시(三菱)자동차, 프랑스 르노의 3사 연합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대수가 1,060만대를 넘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카리스마 경영으로 3사 연합의 기둥 역할을 하던 곤 회장이 해임되면서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닛산과 르노, 일본과 프랑스 정부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파리를 방문 중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기업 연합을 지속하는 문제 등에 관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쓰비시자동차도 다음주 이사회를 열어 곤 회장의 해임을 제안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프랑스 언론들도 이날 곤 회장의 해임 소식을 속보로 전달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들은 일본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프랑스와 달리 ‘수사 중’이란 이유로 가족과의 면회나 전화통화 등이 극히 제한되고 있다는 점 등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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