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변호사 직군만 강요하나”
“법조비리로 자발적 만든 규정”
변호사의 공익 활동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타당할까. 관련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앞두고 ‘의무 공익활동’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이율 전 공보이사 등 변호사 59명은 23일 변호사법 27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낼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해야 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 등은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공익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법으로 강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변협은 이 법 조항에 따라 개업 2년 이상 된 만 60세 미만 변호사에게 연간 20시간 이상 공익활동 의무를 지우고 있다.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시간당 과태료 3만원을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징계대상이 된다. 다만, 스스로 활동 내역을 입력하는 방식이라 치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법무사, 변리사, 회계사 등에게 요구하지 않는 의무를 변호사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 다수다. 이 변호사는 “과거 국가로부터 월급까지 받은 사법연수원 출신과 달리, 생존의 한계에 내몰린 로스쿨 출신 청년 변호사에게 같은 의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과태료 등 불이익처분을 명확한 규정 없이 변협에 위임한 것은 문제”라면서 “해외에도 법에 규정한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어진 특권이 있는 만큼 공익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로보노지원센터장인 염형국 변호사는 “법조비리로 변호사 신뢰가 땅에 추락했을 때 자발적으로 만든 규정”이라면서 “자발적 공익활동이 활성화됐다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사회적 순기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한 변협 관계자는 “회원들의 불만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변호사법에 규정된 이상 의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8월 공익활동 내역을 보고하지 않아 변협 및 법무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은 변호사 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1, 2심은 “공익활동 보고의무 위반을 사유로 징계한 전례가 없고, 변협에 보고하지 않으면 공익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관련 규정이 2014년 삭제된 점을 고려하면 징계처분은 부당하다”고 봤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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