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부터 주연 맡아 대표작 된
‘지킬앤하이드’ ‘엘리자벳’으로
2년 만에 나란히 무대에 복귀
예매 시작하자 예정된 전석 매진
조승우와 김준수는 뮤지컬 무대에서 유난히 빛나는 큰 별이다.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한 2000년대 이후 업계에서 독보적인 티켓 파워를 보여줬다. 두 사람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각각 무대로 돌아왔다. 조승우는 ‘조지킬’(조승우와 지킬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만들어낸 ‘지킬앤하이드’로, 김준수는 ‘샤토드’(가수 활동명 시아준수의 시아와 배역 토드의 합성어)라는 별칭을 안겨준 ‘엘리자벳’으로 겨울 무대를 데운다. ‘왕의 귀환’이 따로 없다.
조승우와 김준수는 ‘지킬앤하이드’, ‘엘리자벳’의 초연 당시 주연을 각기 맡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두 작품을 통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공통분모도 있다. 두 사람은 약 2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도 티켓 예매 시작이 무섭게 출연 예정 공연을 모두 매진시켰다. 음악과 연기가 교차하는 뮤지컬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마력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배우의 예술’인 무대에서 빛 발하는 조승우
2004년 ‘지킬앤하이드’ 한국 초연 때 조승우는 캐스팅 제의를 3번이나 거절했다고 한다. 부담감 때문이었다. 인간의 이중성을 흡입력 있게 표현한 그는 우려를 잠재웠을 뿐만 아니라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0년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도 ‘지킬앤하이드’ 앙코르 공연이었다. 이 무대로 그는 2011년 더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한 번 더 수상했다. 조승우가 지금까지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 횟수만 243회. 이번 시즌에서는 현재까지 28회의 일정이 공개 된 상태다. 그는 지금까지 출연한 공연은 물론 앞으로 무대에 오를 공연까지 자신이 출연한 ‘지킬앤하이드’의 모든 무대를 전석 매진시키는 괴력을 보였다.
평론가들은 캐릭터와 하나된 듯한 모습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을 조승우 신드롬의 첫째 요인으로 꼽는다. 지혜원 경희대 교수는 “무대 위에서 캐릭터에 집중하는 몰입감과 섬세한 감정선이 어느 배우보다 뛰어나다”고 평했다. 지 교수는 “가창력 면에선 조승우보다 뛰어난 배우도 있겠지만, 그 노래에 감정을 담아내는 건 조승우가 잘한다”고 덧붙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연출가가 만들어낸 모습이 아니라 배우 스스로가 형상화한 캐릭터를 굉장히 영리하게 보여준다”며 “엔딩 장면에서 머리를 풀어헤치며 인사하는 등 조승우 스스로 역할 자체가 된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승우는 제작사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초연 무대가 끝난 뒤 기립박수를 쳐주시던 관객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공연을 너무 많이 해서 관객들이 절 지겨워 하실까 봐 걱정도 했다”며 “기다려주신 팬들을 위해서라도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킬앤하이드’는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조승우와 함께 지킬 역을 맡은 홍광호, 박은태 등 인기 배우들에 힘입어 개막 전에 팔린 티켓만 9만여장에 달한다. 내년 5월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독보적인 음색으로 관객 설득하는 김준수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첫 신고식을 치른 김준수는 세종문화회관 좌석 4만5,000석(15회 공연)을 5분 만에 매진시키며 새로운 뮤지컬 흥행 보증수표로 단숨에 떠올랐다.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은 초연과 앙코르에 이어 세 번째로 출연하는 ‘엘리자벳’이다. 김준수는 ‘엘리자벳’의 토드(죽음) 역으로 2012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준수가 지금까지 출연한 공연(46회)은 물론 예매가 시작된 그의 모든 출연 공연(11회)은 순식간에 전석 매진됐다. 김준수는 한국일보에 “관객들에게 가장 큰 환호와 인정을 받고, 상까지 수상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즐거운 작업”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죽음처럼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도 노래를 건네는 누군가로 인해 삶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김준수가 부르는 노래 그 자체가 김준수 신드롬을 일으킨 요인이었다. 평론가들은 대사 전달력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높게 평가한다. 지혜원 교수는 “김준수의 목소리가 ‘엘리자벳’은 물론 ‘모차르트!’나 ‘도리안 그레이’에서 슬픔과 외로운 정서를 표현하는 데 뛰어났다”며 “대사가 많은 작품보다 노래로 표현하는 작품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원종원 교수는 “김준수의 독보적인 목소리 색깔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공감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원 교수는 “전 소속사와의 마찰로 가수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뮤지컬은 그의 노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흥행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모차르트!’, ‘레베카’를 탄생시킨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으로 1992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했다. 김소현, 신영숙, 옥주현 등 뮤지컬계 인기 배우들이 총 출동한다. 2019년 2월 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작품 있고 배우 있어야
조승우와 김준수의 출연료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같은 비용으로 홍보하는 것보다 이들을 캐스팅하는 게 훨씬 마케팅 면에서 유리하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에서 훌륭한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다만 다양한 작품의 개발이나 임금 격차 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종원 교수는 “임금불균형이나 배우 간 빈익빈부익부는 문제가 되지만, 스타 배우들이 그 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지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했다. 지혜원 교수도 “스타 마케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의 힘이 아니라 배우의 힘으로 시장이 움직이게 되거나, 티켓 파워가 배우 서열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뮤지컬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조승우, 김준수 두 배우가 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와주길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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