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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적금 열풍… 바늘구멍 우대조건 통과해야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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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적금 열풍… 바늘구멍 우대조건 통과해야 혜택

입력
2018.11.22 18:00
수정
2018.11.22 21:5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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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장기 가입, 과도한 카드 실적 등 조건 까다로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모(35)씨는 최근 우리은행이 최고금리 연 6.0%로 내놓은 ‘우리여행적금’ 가입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1년 만기 가입 시 기본금리 1.8%에 최고 4.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는 이 상품은 지난 16일 출시 후 5영업일 만에 가입고객 1만1,300명(계좌 수 기준)을 모으며 흥행 중이지만, 김씨 입장에선 우대금리 적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던 탓이다.

원래 우리은행 계좌가 있던 터라 이 은행 계좌로 △6개월 이상 급여이체(0.5%포인트) △공과금 및 관리비 자동이체(0.2%포인트)하는 조건을 채우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은행 신규 거래(+0.5%포인트)는 기존 고객인 그에겐 충족 불가능한 요건이었고, 더구나 우대금리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카드 연간 2,000만원 사용(+3.0%포인트)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는 “매달 우리카드를 170만원 이상 써야 한다는 건데 평소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1년 내내 우리카드만 써야 한다”며 “이 적금 가입하자고 현재 혜택(통상 월 30만원 사용 조건)을 받고 있는 다른 카드 사용을 줄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려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제공 조건으로 3~5년 장기 가입이나 과도한 카드 실적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가입에 앞서 최고금리 혜택을 과연 받을 수 있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이 출시한 ‘쑥쑥크는아이적금’은 최근 은행권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대표적 고금리 상품이다. 아동양육수당 10만원을 받고 있는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최고 연 5.5%(5년 만기 기준)의 금리를 제공하는데, 9월 출시 이후 이달 20일까지 무려 12만2,500여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이 은행이 4월 출시한 ‘잇자유적금’도 최고 연 4.0%(3년 만기)의 높은 금리 혜택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17만명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IBK저축은행 역시 모바일뱅킹으로 가입 시 연간 최고 4.5%(5년 만기) 금리를 제공하는 ‘오~개이득 적금Ⅱ’를 지난달 29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은행은 7월 출범 5주년을 맞아 5년 만기로 연 5% 금리를 주는 상품을 한정 출시해 5일 만에 완판 했다.

금융사들이 고금리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지금이 고객 기반을 늘릴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다지만 여전히 금리가 낮은 데다가 증시도 좋지 않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넘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기적금 평균금리(9월 신규취급액 기준 연 1.82%)가 여전히 2%를 밑도는 상황에서 5~6%대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은 고객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수협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리테일(개인고객) 영업을 확충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판단돼 고금리 상품을 적극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 중 상당수는 최고금리 혜택을 누리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고객 입장에선 가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연 4.0% 이상 고금리 적금은 대부분 3년 이상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상품 유지가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예적금 해지율은 2014년 33.0%, 2015년 33.4%, 2016년 35.7%로 상승 추세다. 특히 적금 해지율은 2016년 기준 40% 수준으로 예금(33%)보다 높다. 금리가 높다고 해도 목돈을 오래 묶어두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고금리 적금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무리하게 가입했다가 중도 해지할 경우 터무니 없이 낮은 금리를 받게 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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