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록원 조영삼 초대 원장 인터뷰
시, 2012년부터 498억원 투입… 내년 2월 녹번동에 정식 개관

“공공기관은 기록을 잘 남겨 오늘 한 일을 후대에 제대로 설명할 책임을 지니지만, 시정 기록만으로 당대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는 없잖아요. 여기에 빠진 부분을 시민 기록으로 잘 채워 넣는 게 우리의 의무입니다.”
내년 2월 서울시청 산하 서울기록원이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건물 안에 정식 개관한다. 시청 본관 서고, 서소문 별관 서고, 경북 청도 문서고 등에 뿔뿔이 흩어진 서울의 전자기록을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서울기록원 설립의 1차 목표다. 더불어 각종 시민기록물을 적극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2016년 광화문 촛불 시민들의 회의록 등 ‘광장’을 주제로 한 기록 수집 작업에도 나섰다. 공공기관이 평범한 시민들의 사소한 기록 수집에 열의를 보이는 까닭은 뭘까. 15일 조영삼 초대 서울기록원장을 만나 물었다.
-설립 취지는.
“공공행정의 본질은 투명성과 설명책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투명성은 정보공개로 표현되고, 설명책임성은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로 드러난다.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는 그래서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다. 2012년부터 49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록원 건립을 추진해왔다. 서울기록물도 결국 시민의 재산이니 접근하기 좋은 곳에,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보존하는 게 주요 목표다.”
-시민기록물도 수집하는 까닭은.
“아카이브의 본질적 정체성은 지금 하는 일을 미래에도 보여주는 ‘설명책임성’을 다하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정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수집, 보관이 필요하다. 각 정책이 어떻게 추진됐고 결과가 어땠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는 공무원들이 생산한 기록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시민들은 어떻게 반응했고 소비했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줄 기록이 필요하다. 시민기록을 통해 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미래에 전승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삶도 마찬가지다.”
-기록원을 채울 자료들의 수집 방법은.
“무턱대고 시민들이 보관해온 기록을 가져와 무조건 보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의미가 없다. 우선 시민들이 기록관리 활동을 잘할 역할을 고민하고, 주제에 따라 기록이 수집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주된 관심은 서울의 시간, 장소, 인물과 관련된 사회의 기억이다. 2016~2017년 촛불 항쟁은 서울의 가장 대표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기록을 수집하려고 계속 노력했고, 주도 단체와 협약해 7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전자기록물을 받았다. 공식행사 20여회 사진과 동영상, 회의록 등이다. 이를 활용한 전시회를 열 때 다른 시민의 개별 기억도 수집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게 사회적 기억의 힘이다”
-다른 주제 예시가 있다면.
“이를테면 올해가 서울올림픽 30주년인데 관련한 시민들의 재미있는 기억들도 많을 것이다. 재개발되는 대형 단지의 기록이나, 이미 개발된 각 지역의 옛 모습도 마찬가지다. 앞서 시에서 한양도성을 배경으로 찍은 옛 사진을 공모했는데, 무척 훌륭한 기록들이 나왔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 시민들이 매단 세월호 리본도 서울 시민의 생각을 설명하는 귀한 자료다.”
-시민들이 곧바로 활용 가능할까.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비해 아카이브는 곧바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냥 낱개의 전자기록이나 목록으로만 보관한다면 기록을 해독할 분과 힘들어하는 분들로 나뉠 수 있다. 좀 더 많은 분이 쉽게 기록물을 활용하도록, 정보를 구조화하고, 활용가이드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게 과제다.”
-국내 기록관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공공기관의 기록 보존이 법으로 의무화되고 나서도, 기록물 관리는 정치, 사회적 논란으로만 이슈화돼 왔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나 반출 등과 관련한 논란 등을 보면 그렇지 않나. 길게 보면 자양분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조금 더 본질적인 기록물 관리의 토대와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서울기록원이 기여했으면 좋겠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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